그루브를 한껏 살린 머슴아들의 편곡은 군더더기 없이 말끔했다.
이들도 보란 듯이 실력을 드러냈고 ‘Y.M.C.A.’를 번안하여 당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갔다. 다만 이들은 국제적 눈치뿐 아니라 국내적 눈치도 봐야 했다.
A면 첫 곡 ‘미운정 고운정’은 트로트 멜로디에 훵크 리듬을 입힌 심히 불가해한 작품이지만,
그걸 전적으로 나미와 머슴아들 탓으로 돌리는 건 이래저래 마땅치 않다.
어쨌든 그랬던 탓일까? 사랑과 평화처럼 균일하지 못했던 나미와 머슴아들은 단발성 기획으로 그쳤고, 나미는 이듬해인 1980년에 독집을 발표한다. 이후 ‘빙글빙글’이 대히트를
기록할 때까지 그녀는 지지부진했다. 윤시내를 비롯한 당시의 대단했던 여성 보컬들이 대개 그랬듯,
자신에게 꼭 맞는 한두 개의 노래와 영 어색한 다수의 성인풍 노래들로 계속 음반을 채워나갔다.
‘빙글빙글’은 대반전이었다.
첫째, ‘빙글빙글’은 나미에게 대반전이었다.
비음이 강하면서도 허스키한 독특한 보컬은 이 노래로부터 날개를 달았고 그녀는 주류 가수로 급부상했다.
둘째, ‘빙글빙글’은 사랑과 평화에게 대반전이었다.
1980년의 2차 대마초 파동으로 사랑과 평화는 공식 활동을 정지당했고
멤버들은 살 길을 찾아 흩어져야 했다. 가수들의 작/편곡 작업으로 음악 인생을
이어나가던 김명곤은 똑같이 사르보와 인연이 있던 나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두 사람
모두 디스코의 국제적 광풍을 국지적으로 돌파해냈던 경력이 있었기에 코드를 맞추는 건
문제 없었다.나미를 성공시킨 뒤 김명곤은 1980년대 내내 최상급 작/편곡자로 명성을 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