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평온하다..
아니,
참으로 평온함을 가르친다
풍요로운 결실의 끝엔
까치밥을 남겨둔 감나무 홍시의 철학이 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앙상하다고 해도
꼿꼿이 푸르른 소나무가 있고,
끝간데 없는 푸른 하늘위에는
어김없이 평화로운 양떼구름이 자유롭다
10월의 마지막밤을 잊지 몬한다고 소리쳐 울어도
11월의 첫날은 가슴을 여미는 쌀쌀한 첫바람이 불어
잡고 있던 손과 맘을 부비게 된다.
가을을 몹시 타는 나로서는
다시금 곱씹어 볼 말이 있다.
그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그렇다고 무소유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모든 사물에 이끌리지도 않는다.
그는 아무것에도 머무르지 않고
사랑하거나 미워하지도 않는다.
슬픔도 인색함도 그를 더럽히지 못한다.
마치 연꽃에 진흙이 묻지 않는 것처럼.
그는 참으로 평안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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