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8일 화요일-
오래간만에 비라도 내리려는지 날이 흐릿하다.
점심공양을 마치자마자-
대중들은 바쁘다.
텃밭에 거름무덤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
그간 쌓이고 쌓인 종각 옆의 음식찌꺼기들.
텃밭의 널찍한 곳으로 죄다 긁어내서 모은다.
깨진 기왓장도 골라내고
돌멩이들도 골라내고
오며가며 오신 분들이 슬쩍슬쩍 마셨던
음료수 비닐이나 일회용커피봉지도 나오니...
그간의 행적들이 모두 스님께 들통나는 순간.
" (쯧쯧) 내가 이래서 이런 것 사오는 것을 싫어하는 거야- "하시는 스님.
스님과 최처사님은 거름이 될 찌꺼기들을 한곳으로 모으시고...
노보살님께서는 단단히 굳은 깻묵을 방망이로 두들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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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축축한 풀..나무..흙 냄새
이미 얼마쯤은 거름이 되버린 음식찌꺼기 냄새
들깨와 참깨의 고소한 깻묵냄새
모두가 뒤엉켜져서 거름이 된다.
가만가만 앉아서 방망이질 하시는 보살님-
옆에서 보기에는 젤로 쉬워 보이지만,
어깨..허리..팔..안 아프신 곳이 없는 노보살님께는
무척이나 (고)된 일 이실터ㅡ
모은 찌꺼기와 깻묵을 켜켜이 흩뿌려주니..
점점 모양이 나온다.
뒤안의 아궁이에 얌전히 먼지되어 들어앉아 있던 재.
곡괭이로 죄다 긁어내어 거름무덤에 한데 섞어준다.
" 재 도 거름이 되나요...?"
암것도 모르는 이 중생
김장때 쓰고 씻어서 말려두었던 비닐.
요로코롬 쓰이게 될 줄 알았다.
거름무덤위에 얌전히 덮어설랑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흙으로 끝자락을 여민다.
" 자ㅡ
일을 끝마쳤으니 '단체사진' 찍어볼까ㅡ"
대중울력이 끝난 후 새참은 '찰떡'이었다.
그날아침- 맡긴 찹쌀이 다 쪄졌다고 방앗간 보살님께서 전화를 하셨네-
ㅎ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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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석관일 작성시간 08.03.22 아이구! 잘 지내나여! 방갑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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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主人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03.22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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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바람에 놀고(문영숙) 작성시간 08.03.31 선생님 문영숙입니다. 거문도로 가셨네요. 섬기운 흠뻑 받고 부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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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람에 놀고(문영숙) 작성시간 08.03.31 노보살님 반갑습~니다. 꽃보다 예쁜 보살님~ 거름 맛나게 익으믄 텃밭 풋것들이 맛나게 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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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나무향기 작성시간 08.04.05 갖가지 약품과 시멘트로 흙이 죽어가는 이 때, 흙을 건강하게 살리고 계시는군요. 흙 속에서 되살아날 푸른것들이 벌써 보이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