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아침안개 속에서 가을향기를 마시며 늦은새벽을 맞이합니다.
관일 스님 그리고 제석사를 인연하신 여러 불자님들! 그간 강녕하시고 댁내 두루 평안들 하신지요?
아득한 기억만큼이나 소원해진 자신을 돌이켜보며 때늦은 안부를 전합니다.
PC가 없는 산골에 사다보니 기회가 적은 탓도 있지만 마음이 게으른 탓인것 같습니다.
노랑방울이 수수 모갱이 처럼 내려앉은 산골 다랭이 논이며, 때 이른 하품에 알밤을 드러낸 밤송이랑
가을 햇살처럼 붉게 타들어가는 늙은 고추가 홍어이월화(紅於二月花)가 멀지 않았음을 전합니다.
묘시(卯時)첫머리에 아침을 뻐근하게 맞이하여 이쁜 넘들 아침밥을 챙겨 멕이고, 똥자리도 못가리는 넘들 똥자리 치우고 밥통 채워주고, 애기 젖떼고 돌아선 에미를 해부간하고, 내일 모레 시집갈 처녀들 뒷자리 먹을것 주고나면 어느새 동이 훤이 밝혀져 있습니다.
한것도 없이 분주하기만 한 한낮을 보내고 제법 길어진 어둠을 맞아들이면서 비로소 마음을 뉘이고 몸도 따라 눕습니다.
지난 5월에 잠시 짬을 내어 제석사에 다녀온 뒤로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연통은 고사하고 카페방문한번 못했습니다.
천상 중생은 중생인 모양입니다.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헐것인디 어쩔랑가 모르것습니다. 모다들 철바꿈기운에 감기 조심하시고 제석사 황토방 구들장에서 만나 뵐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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