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프로스팸스 진평동 대리점인데
저학년용 잠바를 주신다구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요.
으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내주시는 물품이
썩 제 맘에 든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놓고는 기부금 여수증 등 달라는 것이 많은 단체도 있거든요..
학부모회장님께서 50불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왠걸 .... 옷이 너무 좋았습니다.
싯가 15만원 상당하는 것이지요
물론 유행이 지난 것일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잠바, 조끼, 바지까지 쓰리피스입니다.
우선 치수가 3가지 뿐이라
저학년을 위주로
저 소득층 가정을 위주로
분배를 하였습니다.
늘 분배하다가 느끼는 일이지만
선생님들의 욕심 때문에 참으로 힘이 든다는 사실이지요.
서로 자기 반 아이들을 더 많이 입히려고 가진 수(?)를
다 쓰시는 것을 보면 정겹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우리 반 아이들도 입혔습니다.
철호는 입혀 놓으니 인물이 달라졌지요.
전학 온 영우도 한 벌 입혀주니 입이 귀에 걸리구요
남자용이지만 예원이네 집 사정을 고려해 입혔더니
그런대로 귀여웠습니다.
떡을 나누다 보면 떡고물이 뭍는다고 했나요?
한 벌 남은 것을 챙겨서 철호를 한 벌 다 주려고 했더니
화장실 다녀 온 사이 성은이가 입고 있네요.
윗도리는 약간 작은 듯 맞구요.
바지는 엉덩이가 찡기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그 애 얼굴을 보니
차마 벗기지를 못해서 그냥 입혔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학년 샘이
원에서 다니는 아이 하나 줄려고 한 것을
선 뜻 주십니다.
그 맘이 고맙기는 해도
미안해 하니까
원으로 옷들을 챙겨 보내는데
한번도 안 입혀 온다고
다른 아이 입히는 것 같다고 하시네요.
물론 그곳도 그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요.
이렇게 좋은 옷을 선 뜻 주신 사장님께 너무 감사하구요.
작아서 주지 못해 눈에 밟히는 덩치 큰 수급자들보니
자꾸 눈에 밟혀 미안하구요.
안개비 내리는 사이로 잔잔한 고마움과 함께
괜히 쾡한 아쉬움이 가슴에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