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생겨나고
맨 처음 저의 닉 네임은 '매력구디'였습니다.
남들이 인사치레로 하던 별명을
마치 당연한 것인양 매력구디(매력 덩어리)
제스스로도 인정하며 썼습니다.
교양이나 겸손은 부족해도
매력은 많은 줄 알았었지요.
그러다가
절대 쓰지 않으려던 '비오는 날의 바람'을 썼습니다.
목숨걸고 한 사랑을 그냥 흘러보내기가 안타까웠겠지요.
그리고
비오는 날의 바람처럼 살았었나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름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거침없이 살던 제가 특수교사를 하고, 사회복지 일을하고
무엇보다 '걸어가는 천심'이라는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여자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래서 구미에 터를 잡고 산다는 이유로
구미호(구미를 좋아한다)라는 닉네임으로 잠깐 바꾸었더니
꼬리가 아홉개달린 구미호를 연상하는 것은 물론
제가 구미호 맞먹는다는 분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대로 습관처럼 '비오는 날의 바람'으로 그냥 쓰고야말았지요.
그런데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국대학교 불교 문화대학 '다도 사찰음식학과'에서
천주교 신자인 제가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지도 교수님으로 지운스님을 모시면서
어설퍼지만 '알아차림'의 공부를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제 자비선사에서 지운스님께 공부를 배우고 난 뒤
도반들과 스님께서 주신 좋은 차를 마시다가
제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속내를 보였더니
스님께서 "달빛속의 맑은 바람"을 주셨습니다.
차마, 허물많은 제가 맑은 바람을 쓰기가 부끄러워
그 자리에서는 공부를 더 하고 난 뒤에 자신이있을 때 쓰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오늘 저는
감히 "달빛 속의 맑은 바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달빛 속의 맑은 바람"
"달빛 속의 맑은 바람"
"달빛 속의 맑은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