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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다는 것은!!

작성자한명철입니다|작성시간10.06.18|조회수27 목록 댓글 2

 나는 26세에 감히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쌤이라고 불리우며 아이들을 만났고 아이들을 통해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고 학교를 인연으로 많은 관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학교를 둘러싼 마을과 마을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마을인데 지금은 마을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마을이라는 의미를 진지하게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것은 어떤 거창한 것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중요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여 나의 삶 속에서 일어난 체험을 바탕으로 자그마한 글을 써 봅니다.

 내가 교사로 근무했던 학교가 위치한 마을은 이미 초고령화가 진행되어 긴 안목으로 바라볼 때 마을의 존재가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80여 가구가 넘는 마을에 교복을 입은 아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었으며 독거노인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안에 젊은이도 있기는 했지만 읍내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마저 없는 날은 그야말로 적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가 어떤 역할이 되어 학교와 마을의 접점이 되기를 바라며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으로서 마을 안에서 살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문해교육이었습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저녁에 만나서 공부하는 것이지요. 나는 학교 근무를 마치고 저녁밥을 먹고,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는 들일을 마치시고 저녁 한 술 뜨고......그렇게 우리는 저녁마다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 들으며, 귀뚜루루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1년을 공부하였습니다.

 다음 해 학교를 떠나 다시 농사를 지으며 지내는 동안 나와 함께 공부하던 마을 안에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마을에서 장기집권하던 이장을 마을사람들이 투표로 바꿔버렸습니다. 물론 이 사건은 단순히 이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일 뿐이지만 나는 그것이 결단코 가벼운 사실이라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건의 배경에는 할머니들이 글을 배웠다는 것과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제자들의 의식의 변화가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기집권하며 독단적이고 이기적이고 거만하기만 했던 이장을 이장선거로 바꿔버린 후 새로 선출된 그 마을의 이장은 마을사람들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주민들을 친절하게 대하고, 매우 성실해졌으며 투명하게 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은 신문과 뉴스에서 보도하는 내용을 보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이야기하게 되었고 의혹이 있는 보도라고 생각되는 것은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정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시거나 고된 몸을 쉬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무엇이 진실인지 궁금해 하였습니다.

 지금은 예전만큼 그 마을을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한 번 가면 제자할머니들은 나를 부여잡고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시곤 하였습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들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했습니다. 일일이 답변을 해주고 싶지만 말씀드리기 곤란한 것도 있어서 말끝을 흐리거나 하면 할머니들은 내 얼굴을 만지고 엉덩이를 숱하게 두드리고 손을 붙잡으며 꼬옥 껴안아 주십니다. 할머니들과 작별할 때쯤이면 다시 우리들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시지만 사실 내가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이미 보살이며 훌륭한 선생님이며 건강한 주민이며 아름다운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변화와 사랑은 아직도 내 가슴에 잔잔한 감동과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공부를 가르치고 배우면 사람이 변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상식의 수준이 올라가며 그 의식의 변화수준만큼 마을이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사람을 바뀌게 하고 마을을 바뀌게 하고 이 사회가 바뀌고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입니다. 백만 번의 일몰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결코 문명의 진일보를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A million sunset will not spur on man forward civi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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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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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主人公 | 작성시간 10.06.19 뭔가 멋진 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것은 읎고. 아무튼..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앞에, 온 몸이 떨리셨겠습니다.
  • 작성자나무향기 | 작성시간 10.07.11 진정한 가르침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가르침은 많지만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가르침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성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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