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 요새 소설 삼매경에 푹 빠지셨습니다.
열한 살 무렵, 사촌동생을 업고 야학으로 한글 배우러 다니셨다고 하네요. 오 리 길(2km)을 걸어서 다니셨다고요.
시집 오신 후, 먹고 사느라고...평생 문간방에서 한 평생 지내셨던 우리 어머니신데요,
요즘이 인생 최대의 호시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읽고 계신 책은 <박완서 -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예요.
소설의 내용이 지은이의 어린시절 이야기인지라,
어머니가 읽으면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는것이,
책내용을 한 두 마디 말씀하시다가는 꼭- 엄마의 옛 시절로 마무리되지요.
그래- " 그땐, 그랬었지" 하시면서,
지금, 저는 식탁에서 이렇게 자판 두드리고 있습니다만,
엄마는 저쪽 창가 앞에 누우셔서 옛시절 이야기들 술~술~ 풀어주고 계시네요.
흐음..
한가한 일요일 저녁.
엄마께서 드디어 노랫소리 흥얼거리시네요.
우리엄마, 지금 한참 만족스러우신 것 같아요.
(물론, 이러시다가도 뜬금없이 이걱정 저걱정 한탄하실지 모르지만....우쨌든.)
저도 오늘을 잘 보냈으니,
내일 시작하는 한 주- 잘 지내겠습니다.
.... 창밖 화분속의 백일홍이 대가 가느다란게 꺾어질 것 같다시며,
지줏대 세워주시러 나가시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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