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연말정산용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 승려들이 법정에서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제4형사단독 김정일 판사는 최근 허위로 소득공제용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승려 A(77) 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창원의 한 사찰 주지로 2010년과 2011년 실제 기부금보다 더 많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기부자가 아닌 사람에 대한 영수증 발급을 요구받고는 기부금 영수증 569장 6억2325만 원 상당을 발급, 1억100만 원의 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다.
창원지법은 지난 10월 12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통영지역 승려 B(65) 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월의 원심을 유지했다.
B 씨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실제 기부금을 접수한 사실이 없는데도 545명으로부터 1인당 적게는 8만 원, 많게는 35만 원씩을 받고 22억 원 상당의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
창원지법은 지난 6월에도 기부금 영수증 4000여 장을 다르게 기재해 근로소득세 19억여 원을 부정 환급받도록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거제지역 승려 C(60)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승려로서 사찰 주지의 신분임에도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매년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로 끊어주다 사법당국에 적발돼 승려들이 법정에 서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법원도 엄단 차원에서 벌금형보다는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달 26일 조계종 총무원은 재무국장 회의를 소집, 투명한 기부문화 제고를 위해 본사 단위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당부했다.
각 사찰에 대해서는 회계장부에 기재된 기부금액과 일치하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발급된 영수증 사본을 사찰에 보관할 것을 주문했다.
한 사찰 관계자는 “신도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발급한 경우가 많지만, 명백한 불법 행위임을 스님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기부금 영수증을 허위발급한 경우 발급 전체금액의 2%, 영수증 발행내역을 보관하지 않은 경우도 0.2%의 가산세가 부과되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이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