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617-686)는 당나라로 구법(求法)의 길을 떠나는데 날이 저물어 인적이 없는 산 속에서 노숙하게 되었다.
바람과 한기를 피하여 무덤 사이에 잠을 자던 원효가 몹시 심한 갈증을 느껴 어둠 속에 바가지 물을 들이키고
안락한 기분으로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
이튼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스님은 간밤에 자신이 마신바가지를 찾으니 바로 해골이었다.
갑자기 뱃속이 메스꺼워져 토하던 원효는 문득 깨달았다.
'간밤에 아무 것도 모르고 마실 때에는 그렇게도 물맛이 달콤하고 감미로웠는데,해골에 썩은 빗물임을 알자
온갖 추한 생각과 함께 구역질이 일어나다니!'
그리하여 원효 대사는 한순간에 깨달음을 얻고 그 때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심생즉 종종법생 心生卽 種種法生
심멸즉 감분불이 心滅卽 龕墳不二
삼계유심 만법유식 三界唯心 萬法唯識
심외무법 호용별구 心外無法 胡用別求
마음이 생하는 까닭에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감龕과 분墳이 다르지 않네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모든 현상이 또한 식識에 기초한다.
마음밖에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을 따로 구하랴!
때론 일상의 현상은 그대로 인데 마음으로 인하여 힘들때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진리의 깨달음으로 내려오던 글인데 마음이 힘들고서야
찾아지는 법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