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스님의 상황과 유사한 중국의 구행(具行, ? ~ 1924)스님 이 있다.
구행은 어려서 고아로 자랐고, 머슴살이를 하다 20대 초반에 운남성 축성사로 허운을 찾아왔다. 글자를 모르는 구행은 출가 후 오로지 아미타불과 관음보살을 염하였다. 어느 날부터 염불 공덕으로 글을 깨우쳤고,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독송해 전부 암기하였다. 하루종일 밭에서 일을 하면서도 염불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밤에는 경전을 독송하였다. 또한 남을 위해 옷을 기워 주었으며, 바늘 한 땀마다 아미타불을 염하였다. 허운은 대중에게 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비록 아미타불 한마디만 외울지라도 열심히 정진하면, 도를 이루는데 충분하다. 만약 자신의 총명함만 믿고 마음속의 염불이 한결같지 않다면 만권의 경전을 외울지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행이 저렇게 빨리 깨달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 "
구행은 허운에게 좌화(坐化)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던 어느날, 구행은 공양간 뒤편에서 스스로 불을 붙여 화거化去하였다. 사람들에게 곧 발견되었지만 그는 이미 입적한 후였다. 구행은 가부죄한 채로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며, 가사를 걸치고, 왼손에는 경쇠를, 오른손에는 목어를 잡고 있었다. 구행의 손에 있는 목어는 손잡이가 재로 변해있었고, 경쇠의 손잡이도 불에 탔으나 구행의 몸과 가사만은 그대로였다. 구행의 법력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구행의 소신공양 이야기는 당시 운남성 신문에 기사화되었다.
인생의 성공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진실되게 살았느냐로 가름 할 수 있다고 본다.
참선만이 탁월한 수행법이요, 해탈의 지름길이라고 보지 않는다. 염불을 하든, 간경을 하든, 중생교화를 하든 수행자 본분을 잊지 않고 여일(如一)하게 수행해 나가는 것, 거기에 진정한 깨달음이 있지 않을까?
.................................................................................. 정운스님의 삶과 수행이야기 [불교신문. 2013년3월13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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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석관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3.19 坐化(좌화) - 불교에서 앉은 채로 입적(입멸)함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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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보경 작성시간 13.0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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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지혜안 작성시간 13.03.20 마음만.. 마음이.. 마음에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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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印水月 작성시간 13.07.03 여일 如一......
참으로 힘든 수행입니다.
한 찰라에도 수없이 마음이란 것은 변하고 또 무상한데 ....
정진하는 일은 여일하게.... -
작성자화랑 작성시간 13.08.28 나무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