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게시판

요양 병원

작성자漢陽 Jun.|작성시간26.06.14|조회수574 목록 댓글 0


요양 병원

일흔셋의 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처음에는 말을 참 잘했습니다.

“엄마,
잠깐만 계세요.”
“제가 매주 올게요.”
“명절에는 꼭 집으로 모시고 갈게요.”

할머니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 잠깐이 15년이 됐습니다.

15년 동안 아들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명절에도 데리러 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전화조차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식 키우면 노후가 든든하다고,...

그런데 이 할머니는 평생을 아들 위해 살고도
결국 요양원에 잊힌 사람이 됐습니다.

할머니는 젊을 때 부지런했습니다.
남편과 평생 아끼며 살았습니다.

돈을 모았고,
도심에 방 세개짜리 아파트도 남겼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키웠습니다.

공부시켰습니다.
집 장만도 도와줬습니다.
결혼할 때도 힘을 보탰습니다.

줄 수 있는 건 다 줬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
늙어서 밥 한끼는 같이 먹을 줄 알았습니다.
명절에 얼굴 한 번은 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순 살 되던 해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혼자가 됐습니다.

그래도 몸은 괜찮았습니다.
혼자 집에서 살아도 되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막 결혼한 뒤였습니다.

일이 바쁘다고 했습니다.
아이도 어려서 정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할머니는
그때도 아들을 이해했습니다.

젊은 사람 사는 게 힘들지.
내가 잠깐 들어가 있으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날 이후
어머니를 자기 인생에서 지운것처럼 굴었습니다.

처음 반년은 가끔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다 점점 줄었습니다.
나중에는 완전히 끊겼습니다.

요양원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날은 명절이었습니다.

다른 어르신들 방에는 자식들이 왔습니다.
과일을 들고 오고, 옷을 들고 오고,
집에 모시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방은 조용했습니다.
할머니는 방 안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복도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휴대폰 화면이 한 번이라도 켜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간병인들도 안타까워 했습니다.
같이 지내는 어르신들도 혀를 찼습니다.

다들 말했습니다.

“아들을 그렇게 키웠는데 저렇게 버려 두다니.”
“참 못된 자식이다.”

처음에는
할머니도 많이 울었습니다.

매일 휴대폰을 봤습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나면
혹시 아들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은 매번 허탕이었습니다.

사람 마음이 식는 건 한순간이 아닙니다.
이렇게 조금씩 식습니다.

사실 아무도 몰랐습니다.
할머니 이름으로 큰 재산이 있다는 것을요.

남편은 세상을 떠나기 전 보상금과
평생 모은 돈을 모두 할머니에게 남겼습니다.

거기에 아파트 월세까지 더해져
할머니에게는 약 66억 원의 자산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아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아들이 철이 들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15년의 외면이 할머니를 깨웠습니다.

할머니는 알게 됐습니다.

내가 평생 품은 아들의 마음속에
어머니 자리는 없었다는 것을요.

자식이 노후를 지켜준다는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위로일 뿐이었습니다.

일흔다섯이 되던 해 할머니는 결심했습니다.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더는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기를 잊은 아들을 위해
돈을 남겨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가장 좋은 1인실로 옮겼습니다.
전담 간병인도 두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국내 곳곳을 다녔습니다.

바다를 보고,
산에 오르고,
꽃을 보러 갔습니다.

젊을 때는 돈 아까워 못 갔던 곳들을
하나씩 갔습니다.

그 다음에는 해외로 나갔습니다.

여러 나라를 다녔습니다.
사진 찍는 법도 배웠습니다.
맛집도 찾아갔습니다.
그 나라 풍경도 보고, 사람도 만났습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아끼고 살던 할머니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세월은 또 흘렀습니다.

17년째 되던 해
아들이 갑자기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그리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명의로
집과 돈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아들은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돈은 헤프게 썼고,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아직도 요양원에서
외롭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늙고 약해졌으니 이제 자기가 가면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요양원에 찾아왔습니다.

말로는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속셈은 너무 뻔했습니다.

요양원에 도착해 어머니 이름을 말하자
원장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고급 생활동으로 안내했습니다.

문이 열린 순간,
아들은 그대로 굳었습니다.

방은 넓었습니다.
햇볕도 잘 들었습니다.
가구는 깔끔했습니다.
간병인은 옆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단정한 옷차림으로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상상한 초라한 노인은 없었습니다.
버림받고 무너진 얼굴도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평온했습니다.
눈빛도 맑았습니다.

오히려 오래 기다리던 사람보다
훨씬 단단해 보였습니다.

아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원장이 말했습니다.

“어르신은 오래전에
가족 기다리는 걸 그만두셨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하셨고,
누구보다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모은 재산도
어르신 자신을 위해 쓰고 계십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기다림을 끝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아직
어머니를 데려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격은 15년 동안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을 보고 조용히 웃었습니다.

울지 않았습니다.
소리치지도 않았습니다.
매달리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식은 사람은
더 이상 다투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인생의 절반을 아들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을 아들에게 잊힌 채 살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깨달았습니다.

노후의 가장 큰 힘은
자식의 효도가 아닐 수 있다는 걸요.

내 손에 남은 돈.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마음.
그게 진짜 버팀목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가장 비참한 건
자식이 없는 게 아닙니다.

자식이 있는데도 그 자식이
나를 떠올려 주기만 기다리는 일입니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 마음을 거둬서 나에게 써야 합니다.

응답 없는 가족은
내려 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남은 생은
부탁하며 사는 시간이 아닙니다.

내가 나를 지키고,
내가 나를 대접하고,
편안하고 당당하게 사는 것.
그게 노년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옮겨온 글 =



漢陽 Jun.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