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남산골 오봉사는 장안에서 꽤나 알아주는 장님 점쟁이다. 주역을 통달해 사람의 앞날을 잘 맞힌다고 소문이 나 오봉사를 찾아오는 손님이 골목을 메운다. 오봉사는 들어오는 복채를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골목 아래 대로변에 집을 하나 사서 점보는 곳을 새집으로 옮겼다. 어느 날 홍 대근이 점을 보러 오봉사를 찾아갔다. “질질 끌다가는 시퍼런 낫에 목이 날아가!.” 오봉사가 대뜸 일갈하자 홍 대근의 가슴이 철렁한다. “빨리 손을 끊어!. 9월은 피를 피해야 혀. 그 여자 목숨도 풍전등화야.” “알겠습니다.” 홍 대근이 힘없이 대답했다. 홍 대근은 장안을 휘젓고 다니는 이름난 오입쟁이다. 투전판에서 어울린 노름꾼 박치의 마누라와 눈이 맞아 간통을 하는 중이다. 홍 대근은 투전판에 들러 박치가 없으면 거기서 노름을 하고 박치가 노름을 하고 있으면 박치네 집으로 가 그 마누라의 고쟁이를 벗기는 것이다. 하루는 박치의 마누라와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문을 발로 차며 박치가 들어왔다. 홍 대근은 얼른 벽장 속으로 들어가 벌거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내 인생 이렇게 끝나는구나” 벌벌 떨고 있는데 방에 들어온 박치는 베개 옆의 마누라 은비녀를 낚아채서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가버려 큰 낭패를 면한 일도 있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오 봉사의 점괘를 따르기로 했다. 홍 대근이 복채를 두고 일어서는데 오 봉사 마누라가 점심 상을 이고 왔다. 갑자기 홍 대근의 하초가 뻐근해졌다. 몰골이 볼품없는데다 쉰을 넘긴 오 봉사가 어떻게 저렇게 아리따운 색시를 얻었는지 홍 대근은 넋을 잃고 쳐다봤다. 허우대가 멀쩡한 홍 대근의 시선이 싫지 않은 듯 오 봉사 색시가 눈을 흘기며 야릇한 색기를 내뿜는다. 홍 대근은 밖으로 나와 골목에 몸을 숨겼다가 점심상을 이고 남산골 골목을 오르는 오 봉사 색시를 뒤따라갔다. 살 오른 엉덩이를 흔들며 골목을 돌아 올라 살림집 대문을 들어설 때 홍 대근도 바짝 붙어 들어가 뒤에서 한손으로 오봉사 색시의 입을 틀어 막고 또 한손으로 머리에 인 점심상을 잡았다. 대문을 잠그고 문간에 선 채 치마를 걷어 올리고 고쟁이를 벌렸다. 일을 치른 홍 대근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남산골을 내려가다가 오 봉사 점집에 다시 들렀다. “왜 또 왔어?.” “하나만 더 물어 보려구요. 본서방이 알고 있을까요?.” 사주를 짚어보던 오봉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빨리 도망가!. 본서방이 바로 이 근방에 있어!.” = 옮겨온 글 = 漢陽 J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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