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냄새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영원보다도 몇 배나 긴 순간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간 순간의 향락을 위해서
내 조그만 육체가 존재되어 있는지를
분간하기 위함일까.
지금에 와서 순결이 어떻고 정조가 어쨌다는거냐.
당장 시급한건 우선 먹어야 한다는 것 뿐이다.
먹는다는 것,
성냥불을 탁! 그어대면 프로판 개스에
곧 인화되어 불고기가 구어진다.
구수하다고 느끼면서
정종 한 잔이 생각났는가 싶다.
물씬 물씬 풍기는 고기 내음새,
마음껏 먹고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왜 그렇지?
눈을 번쩍 뜬다.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것은
맛나게 구어진 고기가 아니라
모포 뒤집어 쓰고 빈대에 물려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전우들의 모습 뿐.
구수했던 불고기 냄새는 사라지고
돌아 누울때마다 풍기는
발고랑 냄새가 쾌쾌하니 코가 시려진다.
1970년 4.30 22:17
<군 시절 일기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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