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의 종장(終章)
지렁이 오줌같은 빗물이
퇴색되어 가는 누런 아카시아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청초하리만큼 화사했던
그 꽃이
늙은 할망구의 빠진 치아처럼 흐물거리며
꽃잎은 나둥그러져 버린다.
쓸어도 쓸어도
벌레 먹어간 꽃잎은
불쌍하게도 사라져버린 그 흔적을
촉촉히 내리는 초하의 빗물속에
덤벙 띄어 날린다.
하늘이 고와도
하늘아래 인간들이 많아도
똥 파먹은 쥐새끼가 약을 먹고 죽었어도
그건
아카시아가 알바 아니다.
구린내나는 변소 뒷길에도
돼지우리 고약한 냄새에도
그들 아카시아는
그렇게도 청아(淸雅)했었는데....
무심히 흘렸던 세월탓인가.
무참하게도
썩어가는 송장처럼
그들 역시 사그러지는구나.
머쟎아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더욱 더 짙어질수록.........
1970.5.25
<군 시절 추억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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