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꿈 나는 나를 눈멀게 한 한 남자를 만나 그 남자와 손을 잡고 가고 싶은 데 마음대로 가고 머물고 싶은 데 마음대로 머물고 싶었네. 그 남자에게서 눈 떼지 않고 살고 싶었네. 대문 없는 집에 살고 싶었네. 마당 귀퉁이에 채마밭이 있으면 더욱 좋고, 어느 날 마당을 쓸고 마루에 앉아 강을 보다가, 앞산 뒷산을 보다가, 내 사는 집을 둘러보니 대문이 없었네. 대문 없는 집이 가난한 집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네. 살다가, 살아 가다가 쉬고 싶으면 혼자 찾아가 하룻밤을 지낼 절간이 있었으면 했네. 그 절간 뒤안에 밤새 눈이 퍼붓고 달이 밝으면 새가 울겠지. 그 새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었네. 어느 날, 어느 절간에 나 깊이 잠들어 있었네. 산이 나를 가져갔네. 그 남자, 내 남자가 나를 가져갔네. 글 / 김 용택 = 받은글 편집 = 漢陽 J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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