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의 노래>는 코언 형제가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손잡고 만든 영화다. 코언 형제는 관객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드문 감독군에 속할 것이다. 바로 떠오르는 영화들을 나열해볼까. <블러드 심플>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언제나 코언 형제의 영화는 무언가 충만한 기운을 관객에게 불어넣는다. 그게 영화적 재미이든 삶의 아이러니든. <카우보이의 노래>는 비록 국내에서 극장 병행 상영은 하지 못했지만, 놓치기 아까운 걸작이다. 코언 형제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코언 형제의 옴니버스 서부극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카우보이의 노래>는 굳이 따지자면, 장르는 서부극이요, 형식은 옴니버스다. 왜 ‘굳이 따지자면’이냐면, 서부극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음은 물론, 여느 옴니버스 영화처럼 에피소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각기 다른 매력의 단편영화가 죽 나열되어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다. 서부극의 시각적 장치들(총잡이, 광활한 대자연, 모뉴먼트 밸리의 푸른 하늘과 붉은 땅, 원주민 인디언과 백인 간의 갈등 등)은 그대로 재현하되 그 안에서 시네아스트이자 이야기꾼인 코언 형제의 차갑고도 유머러스한 세계관을 담은 영화라고.
<카우보이의 노래>는 마치 ‘옛날 옛적 서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법한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다. 6개의 영화는 매번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되고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어느새 그 에피소드가 실린 책의 마지막 페이지 장면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다음 책장을 넘기면 이어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엄청 고전적이지 않은가.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되는 영화라니! 코언 형제는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매우 고전적인 장치로 우리를 시네마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것은 클리셰이니 그냥 클리셰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하는 듯한 태연한 태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시대에 영화사 초기의 장르를 빌려와 그 안에서 최대한 고전적인 수법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코언 형제의 이러한 재간이 이 영화를 독특한 서부극, 코언 형제만의 서부극으로 빛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예측불허의 땅에 내던져진 인간
첫 번째 편 ‘버스터 스크럭스의 발라드’는 대자연의 정적을 깨우는 한 총잡이의 경쾌한 노래로 시작된다. 말을 타고 기타를 치며 행복한 얼굴로 컨트리송을 부르는 총잡이. 일당백으로 무법자들을 쓰러뜨리는 사격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만 이 총잡이도 여느 다른 총잡이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먼저 쏜 총에 죽고 만다. 두 번째 편 ‘알고도네스 인근’이야말로 코언 형제의 유머가 가장 잘 발휘된 에피소드일 것이다. 은행을 털러 온 사내가 마주하게 되는 불운과 수난의 도미노. 결국 이 총잡이도 교수대에서 죽음을 맞는다.
세 번째 편 ‘밥줄’은 한 인간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사지가 없는 한 청년의 몸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네 번째 편 ‘금빛 협곡’은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가장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만 유일하게 죽음의 그림자를 통쾌하게 피해갈뿐더러 결국엔 금광을 발견하는 한 늙은 채굴꾼이 등장한다. 이 운 좋은 채굴꾼을 톰 웨이츠가 연기한다.
다섯 번째 편 ‘낭패한 처자’에서 한 여인은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서부행 마차 행렬에 합류하지만 함께 떠난 친오빠의 죽음으로 곤경에 처한다. 이 여인에게 한 줄기 구원의 빛처럼 한 남자가 나타나지만 여인은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편 ‘시체’에서는 마치 인간인지 유령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존재들이 달리는 마차 안에서 수다의 향연을 벌인다.
싸구려 자비는 없다!
6편의 에피소드가 19세기 말 서부를 배경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는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개개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에는 삶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죽음이 있다.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황무지에서 인간이 매순간 고스란히 마주해야 하는 삶의 예측불가능성, 그중에서도 죽음.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앞뒤 맥락 없이 불쑥 낯선 땅에 던져진 존재처럼 보인다. 인간은 거기서 살아가야 하고 자칫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코언 형제가 만들어낸 서부극에서는 인간이 피할 길 없는 죽음만이 오직 세상의 이치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죽음에 싸구려 자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것은 코언 형제 영화니까.
글 by 녹색방 영화를 좋아하는 북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