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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방

코엔 형제가 표현한 미국...영화/ 카우보이의 노래

작성자정찬호|작성시간20.06.03|조회수524 목록 댓글 0



<카우보이의 노래>는 코언 형제가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손잡고 만든 영화다. 코언 형제는 관객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드문 감독군에 속할 것이다. 바로 떠오르는 영화들을 나열해볼까. <블러드 심플> <밀러스 크로싱> <바톤 핑크>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언제나 코언 형제의 영화는 무언가 충만한 기운을 관객에게 불어넣는다. 그게 영화적 재미이든 삶의 아이러니든. <카우보이의 노래>는 비록 국내에서 극장 병행 상영은 하지 못했지만, 놓치기 아까운 걸작이다. 코언 형제는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코언 형제의 옴니버스 서부극

<카우보이의 노래> 한 장면. [사진 IMDb]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카우보이의 노래>는 굳이 따지자면, 장르는 서부극이요, 형식은 옴니버스다. 왜 ‘굳이 따지자면’이냐면, 서부극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음은 물론, 여느 옴니버스 영화처럼 에피소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각기 다른 매력의 단편영화가 죽 나열되어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다. 
서부극의 시각적 장치들(총잡이, 광활한 대자연, 모뉴먼트 밸리의 푸른 하늘과 붉은 땅, 원주민 인디언과 백인 간의 갈등 등)은 그대로 재현하되 그 안에서 시네아스트이자 이야기꾼인 코언 형제의 차갑고도 유머러스한 세계관을 담은 영화라고.

<카우보이의 노래>는 마치 ‘옛날 옛적 서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법한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다. 6개의 영화는 매번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되고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어느새 그 에피소드가 실린 책의 마지막 페이지 장면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다음 책장을 넘기면 이어서 또 다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엄청 고전적이지 않은가.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되는 영화라니! 코언 형제는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매우 고전적인 장치로 우리를 시네마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카우보이의 노래> 한 장면. [사진 IMDb]

이것은 클리셰이니 그냥 클리셰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하는 듯한 태연한 태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시대에 영화사 초기의 장르를 빌려와 그 안에서 최대한 고전적인 수법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코언 형제의 이러한 재간이 이 영화를 독특한 서부극, 코언 형제만의 서부극으로 빛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예측불허의 땅에 내던져진 인간

첫 번째 편 ‘버스터 스크럭스의 발라드’는 대자연의 정적을 깨우는 한 총잡이의 경쾌한 노래로 시작된다. 말을 타고 기타를 치며 행복한 얼굴로 컨트리송을 부르는 총잡이. 일당백으로 무법자들을 쓰러뜨리는 사격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만 이 총잡이도 여느 다른 총잡이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먼저 쏜 총에 죽고 만다. 두 번째 편 ‘알고도네스 인근’이야말로 코언 형제의 유머가 가장 잘 발휘된 에피소드일 것이다. 은행을 털러 온 사내가 마주하게 되는 불운과 수난의 도미노. 결국 이 총잡이도 교수대에서 죽음을 맞는다.

<카우보이의 노래> 한 장면. [사진 IMDb]

세 번째 편 ‘밥줄’은 한 인간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사지가 없는 한 청년의 몸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네 번째 편 ‘금빛 협곡’은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가장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만 유일하게 죽음의 그림자를 통쾌하게 피해갈뿐더러 결국엔 금광을 발견하는 한 늙은 채굴꾼이 등장한다. 이 운 좋은 채굴꾼을 톰 웨이츠가 연기한다.

다섯 번째 편 ‘낭패한 처자’에서 한 여인은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서부행 마차 행렬에 합류하지만 함께 떠난 친오빠의 죽음으로 곤경에 처한다. 이 여인에게 한 줄기 구원의 빛처럼 한 남자가 나타나지만 여인은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편 ‘시체’에서는 마치 인간인지 유령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존재들이 달리는 마차 안에서 수다의 향연을 벌인다.

싸구려 자비는 없다!

<카우보이의 노래> 한 장면. [사진 IMDb]

6편의 에피소드가 19세기 말 서부를 배경으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는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개개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에는 삶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죽음이 있다.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황무지에서 인간이 매순간 고스란히 마주해야 하는 삶의 예측불가능성, 그중에서도 죽음.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앞뒤 맥락 없이 불쑥 낯선 땅에 던져진 존재처럼 보인다. 인간은 거기서 살아가야 하고 자칫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코언 형제가 만들어낸 서부극에서는 인간이 피할 길 없는 죽음만이 오직 세상의 이치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죽음에 싸구려 자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것은 코언 형제 영화니까.

글 by 녹색방 영화를 좋아하는 북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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