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과서 (현행 교과서 내용 비판)
('87) 홍진숙
Ⅰ
엄청난 입시 경쟁을 뚫고-일단은 승리자로서-대학교에 들어온 우리들은 현행 교육모순의 피해를 다른 사람들보다는 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열이면 아홉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닫고 느끼며,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은 그 교육을 받는 사람이 그 교육을 통하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하고 유용한 물질적·정신적 도구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 중등교육은 대학교 진학을 위한 해바라기의 몸짓만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있으며 대학교육 역시 노동시장과의 연계와 독자적으로 진행되면서 오히려 교육과정 속에서 지배집단을 합리화하는 수단들을 플러스시키고 있다. 이런 모순들에의 자각은 "학교는 죽었다"는 외침으로 표출되기도 하나 아직도 학교를 대체할 만한 자유의 교육기관은 발굴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학교의 제반 문제점을 살피고 그를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 해결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나는 협의의 교육개념 즉 학교교육 속에서 그 교육의 내용을 다루는 교과서 문제를 논의하려 한다.
"교사는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다" 이 말은 페스탈로찌가 한말인데 내가 특히 좋아하던 말이었다. 나는 학생을 사랑하고, 능력있고, 구도의 자세를 지닌 교사라면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참교육의 꽃을 피워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무래 재능있고, 이상을 품은 교사라고 하더라도 막상 교육현장에 들어서게 될 때 일단 절망하고, 바른 교육을 실현하려 하면 할수록 심각한 고민이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오랜동안을 고민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교사의 교육방법과 목표를 규정하는 여러 요인들이 (교육제도, 환경, 교과서 등) 반영하고 있는 지배질서가 진리를 구현하고 있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교육의 기능은 보통 이데올로기적 기능과 테크놀로지적 기능이 있다고 말해진다. 이는 한 사회의 가치관, 사유방식 등 즉 공동체의 문화를 후대에 전하고 2세를 기존의 지배적 문화에 입문시키는 것이며 후자는 공동체에 필요한 물질적 생산기술을 전수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그 전자적 측면을 주요하게 사고하게 될 것이며 그 내용은 "진리의 구현"이 될 것이다. 진리가 우리에게 그처럼 소중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 동떨어진 초월적인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길잡이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지는 교육내용은 교과서를 통하여 구체화된다. 교과서는 자유·평등·평화·우애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런 목적 아래 현실의 장애요소를 극복하고 그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Ⅱ
교과서는 한 사회의 지배적 가치나 이념을 가장 명시적이고 공식적으로 전달해주는 도구이다. 또한 그것은 학생 활동의 주된 자료이며, 학생들의 지식·신념·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때문에 한 사회의 지배집단은 사회통제를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교육에 대한 통제, 특히 교과서 내용에 대한 통제를 상정한다. 피지배집단의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복종심의 유발없이 물리적인 힘만으로 지배집단의 기득권이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배집단의 사상이나 의식·태도를 교과서의 내용으로 선택, 조직한다고 해도 국정화·공식화 시킴으로써 교과서에 실린 내용은 객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여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아무 의심없이 교과서 내용을 배우고 시험에서 한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달달 외우면서 현존 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과서에 관한한 편찬과정부터 채택, 보급에 이르기까지 그 권한은 문교부에 집중되어 있다. 심지어 현행 교육법 157조에는 대학을 제외한 각 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문교부가 저작권을 가졌거나 검정 또는 인정한 것에 한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자주적 교육활동이 철저히 제약 당하고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 측면을 갖고 있다.
제도교육을 공교육이라고 보면 학교는 힘없고 못가진 계층에게 개인적 발달과 사회적 상승 이동 및 정치·경제적 권력을 잡을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말한다. 공부만 잘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리하여 신화가 생기게 된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구두닦이 청년이 법대에 합격' '여공이 ○○여대 수석'등의 활자다 대서특필되고 불우한 역경을 이겨낸 감동적 이야기가 여러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이 감동은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사는 집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도시에 거주할수록 '좋은 대학'에 입학하며 보통 중류 이상과 하류층 아동은 평균 20점 이상의 지능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교육이 사회적 평드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층분화를 촉진시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논리에 기초하여 갈등론적 관점에 입각해 있는 교육학자들은 학교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그것의 지적 형식을 재생산하고 지배-피지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사상, 의식, 태도를 제공하는 곳 혹은 지배집단이 피지배집단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의 하나인 학교로 이해하여 국가의 통치체계와 정책목표, 즉 "질서=안정=성장"의 가치관을 심는 지배구조의 재생산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비판을 한다.
이러한 비판이 설득력을 갖는 근거는 우리나라의 불행했던 교과서 변천사를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의미의 제도교육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용되는 교과서는 정치적 사건 직후에 재편찬되었다. 한 국가의 통치체제와 정책목표의 변화에 따라 교육내용이 변하게 되고 그 반영으로 교과서가 편찬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정신교육내용을 직접적으로 반영토록 되어 있는 교과서는 국어, 도덕, 교련 등과 사회, 역사, 지리분야의 사회과이다. 이러한 교과서를 분석하는 것은 국가의 통치체제와 정책목표를 직접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Ⅲ
1)식민지 잔재의 온존
‥‥‥‥·
마쓰이 히테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印)씨의 둘째 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원 ‥‥‥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뺐으러 온
원수 영미(英米)의 항공 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 마쓰이 하데오여‥‥‥
미국은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를 일본의 손아귀로부터 해방시켜 준 우리 겨레의 은인이었을 뿐 아니라, 6.25사변에 다 망하게 된 걸 다시 도와 일으켜 세워 준 장본인이기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이 아니면 우리 존립마저 위태로운, 바로 그 불가분리의 대상인데도 어쩌자고 무엇 때문에 최근에는 실로 턱 없는 반미 운동의 작태까지를 철없는 학생들이 빚어 내도록까지 책동하느냐 말이다.
이글은 서정주의 글이며 누구보다도 우리 민족 정서를 탁월하게 형상화하는 순수서정시인으로 알려져 있고 교과서에서 제반의 글을 접할 수 있는 시이다. 우리는 교과서 속에 글이 실려있는 친일 작가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의 구체적 친일행각과 작품내용을 통해 알수 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친일민족반역자의 글로서는 김동환(1-1)의 '산너머 남촌에는' 노천명(1-1)의 '여름밤' 김용호(1-2)의 '눈오는 밤에' 백철(1-2)의 '다도해 기행' 김동인(2-1)의 '조국' 유치진(2-1)의 '원술랑', '청춘은 조국과 더불어(3-2)' 모윤숙(2-2)의 '어머니의 기도' 최남선(3-1)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주요한(3-1)의 '빗소리' 조연현(3-1)의 '학' 고교에서는 유치진이 '조국'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정비석의 '산정무한'등이다.
이들 가운데 어떤 자들은 나찌스의 문화정책을 찬양하고(유치진 등) 어떤 자들은 식민지 젊은이를 신아본국의 제국주의 침탈전에 총받이로 내모는데 광분했다.(최남선, 주요한, 서정주, 모윤숙, 노천명 등)
2)미국 중심의 세계관
북한 공산군의 불법 남침을 응징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우방의 굳건한 의지‥‥‥ 주한 미군의 계속 주둔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와 평화정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련(중학교, P.153)
공산군의 침략이 일어나자 미국을 위시한 16개국이 세계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해‥‥‥ -국사F(중학교, P.171)
미국은 타협에 의한 통일정부를 희망했으나, 소련의 거부로‥‥‥ -사회Ⅱ(고등학교, P.102)
우리나라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잇는 세계의 강국, 미국은 풍부한 자우너과 기술발전, 그리고 대자본에 바탕을 두고 세계적인 공업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세계로의 공업생산품의 해외수출 또한 세계적 위치에 있다. -지리Ⅱ(고등학교, P.210).
그리고 국어보다 더 많은 영어의 과다한 시간, 미국식 사고 속에서 열등감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다시피 되고 있다.
3)군사주의
이것은 교과서 구석구석에 실린 것으로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우리나라 지키는 군인이 될테야 -
국민학교, 즐거운 생활(1-1). P.26.
공산주의의 위협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주변 우방국들과의 외교적·군사적 관계를 긴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버님 가나이다. 어머님 좋이 겨오.
나라이 부르시니 이 몸을 잊었내다
내년의 이 시절이 와도 기다리지 마소서.
오월의 창공보다 새파란 그 눈동자
고함은 청천벽력 적군을 꿉질렀다.
방울쇠 손가락에 건채 돌격하던 그 용자 -고등학교 국어(1-1)
5공화국 미화 5.16군사 쿠테타 찬양, 국사에 있어서 지배집단이 주체로 서술된 점. 역사발전은 국방정비에 의해 이루어지며 영웅은 이순신, 김유신, 권율, 강감찬 등의 군인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민족사를 돌이켜보면 민족주체성을 지키고 빛낸 수많은 선열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 중에는 국난에 즈음하여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지켜서, 나라의 위기를 넘긴 분들이 많다.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등과 같이 외적과 싸워 나라를 지킨 분들. 안중근, 윤봉길 등과 같이 잃었던 국권을 회복하려고 일제에 항거한 분들. 북한 공산집단의 6.25남침때 공산군의 침략을 막다가 쓰러진 유명무명의 용사들이 바로 그러한 분이다. (중학교 3학년 도덕).
이것은 현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민족주체성을 군사적 범주로 이해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개발 이데올로기
우리나라의 교육은 일제 잔재의 온존을 통한 미국에 대한 동화교육으로서의 친미적 신식민지 교육은 미국에 대한 친밀감으로 나타나고, 그들의 자본, 상품 등에 대한 거부감 불식은 물론 열등감에 따른 모방 심리를 자극하여 한반도가 미국의 상품시장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이러한 역할에 기여하면서 국내의 매판독점재벌과 군사독재정권의 부의 축적 원천이 되는 경제구조에 대한 교육은 철저하게 수출제일주의로 연결된다. 수출정책 미화는 그 이면의 엄청난 희생인 국민경제의 대외의존성 심화, 경제구조의 낭비적 성격, 생활환경 파괴, 소득격차 등을 외면하게 하고 이런 문제점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체념하게 한다.
5)전체주의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희생과 손해가 되더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크게 유리한 일이라면 기꺼이 참고 감수하는 사고방식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국민윤리 P.197)
민족이 발전한다는 것은 민족의 생명력이 강해진다는 뜻이며 그만큼 나의 생명력도 강해진다는 뜻이다. -(중학교 3학년 도덕 P.177)
이러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의 사상도 왜곡한다.
「신생국과 개발도상국의 민주주의의 1차적 과제는 자주국방과 자립경제의 건설이다.‥‥‥ 신생국의 민주정치에서 자주국방과 자립경제의 건설은 강력한 정부의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정치권력이 효과적으로 집중될수록 능률이 오르기 때문이다.‥‥‥능률이 오를수록 민주적 정통성의 근거도 튼튼해진다.」
이와 같이 기본적 인권, 자유 등을 제약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교과서 내용은 사회적 갈등에 대한 입장을 경직시킬 수 밖에 없다. 즉 '안정=질서=성장'의 등식 아래 능률과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고 국민의 권리는 제한되어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군부독재정권을 비호하는 것과 다름없다.
Ⅳ
이상에서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 몇가지를 예로 들어 소개하였다. 이런 군사주의, 전체주의, 미국중심, 식민지 잔재 온존 등을 해결하는 것의 긍정적 방향성은 민주적, 민중적 교육이 될 것이고 이 방향성을 구체화하여 실현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교육내용의 실제를 왜곡하는 것을 지배집단의 통제 의도와 관련시켜 생각을 해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느 문제도 독자적인 것은 없고 전체요소와의 맞물림 속에서만 존재한다. 특히 정치·경제에 궁극적으로 규정받는다. 따라서 교육도 전체구조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 정당하기에 그 일환으로써 이와같은 글을 싣게 된 것이다. 결국 교육모순의 해결은 사회모순 해결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참교육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은 사회의 제반비민주성을 극복하는 싸움 속에서 이해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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