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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한방울의 잉크가 우주에 퍼진다면

작성자블루비니|작성시간05.11.21|조회수646 목록 댓글 0

 

한방울의 잉크가 우주에 퍼진다면

 


물을 채운 컵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잉크는 순식간에 퍼져서 물은 파랗게 변한다.

 

다음에 물 통 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전보다는 엷은 색깔로 물들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목욕통의 물, 수영장의 물속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물 색깔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즉 물의 양이 많아지면 확산된 잉크의 입자는 이미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아주 정밀한 감지 장치(感知裝置, sensor)를 사용하면 미량의 잉크 입자를 검출할 수 있다.

 

증기선이 처음으로 대서양을 향해하던 1838년의 어느 날, 승객중의 한 사람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잉크 한 방울을 바다 속에 떨어뜨렸다. 그로부터 1세기 반이 지난 지금도 그 승객이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 속의 입자는 지구상의 온 바다를 누비면서 확산을 계속하고 있다.

 

먼 미래의 언젠가는 이 잉크 입자가 세계의 바닷물 속에 고루 퍼지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물론 모르긴 하지만, 미래 세계의 가장 발달한 초고감도(超高感度)의 감지기를 사용하여도 그 입자를 검출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지구상의 바닷물의 양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결국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어느 바다에서 1cc의 바닷물을 건진다 하여도, 그 속에는 아주 미량이기는 하지만 그 잉크의 입자가 섞여 있음이 틀림없다. 요컨대,

 

지구 전체에 퍼져서 희석화 될 대로 희석화 된 잉크일지라도

그런 대로 무한소의 “존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희석화”의 극한값은 물론 0이지만, 확산 작업을 전 우주에까지 넓힌다

하여도 극한값 0 에는 도달할 수가 없다.

 

 

즉 극한값을 셈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상태가 우주상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것은 한낱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사고 실험(思考實驗)이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추측을 우주의 탄생인 저 “빅 뱅(big bang)"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가 있다.

 

우주의 역사는 약 150억 년 전에 시작하였고, 그 시점에서 시간도 시작하였다는 것이

현재 정설로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이 대폭발(빅뱅)의 순간, 즉 시간이 태어난 그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물리학이 그런대로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폭발이 일어난 “시점”의  내지는 초 후 정도이다. 실제로 거대한 가속기(加速機)를 사용한 실험으로 검증된 것은 초 후, 그러니까 100억 분의 1초 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빅뱅”으로부터 초 후쯤의 우주 탄생의 시점에 아주 가까운 시간 내의 상황에 관해서는 현재의 물리학 이론으로는 원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 탄생의 순간이란 하나의 극한값이며,

그것이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내용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관념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현대 우주론의 밑바탕도 극한값은 존재하지만 그것에는 도달할 수가 없다는 파라독스에 의해서 가려져 있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이름으로 알려져 제논의 파라독스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파스칼 의 다음 글은 그가 이미 이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말해준다.

 


 “무한과 무(無)라는 두 심연 사이에서 불가사의한 자연을 대할 때,

인간은 두려움에 몸을 떨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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