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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쇼펜하우어의 범신론 비판

작성자블루비니|작성시간10.05.22|조회수931 목록 댓글 0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은 모든 것 안에 있다.

특별한 사물들은 하느님의 속성이 변화한 모습이거나,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의 속성이 어떤 정해진 방법으로 표현되는 양상에 지나지 않는다.

- 스피노자 에티카


 

모든 사물이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은, 사실 스콜라 철학의 유산이다.

- 요하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 스피노자 편'  

 

 

그런데도 왜 기독교 철학자들은 스콜라 철학의 유산인 범신론을 거부했을까?


 

그 이유는 '안에 있음'을 진정한 동일성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

기독교 철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점에 있다. 하느님과 세계의 이원성이 없어지고, ..

인간의 영혼은 하느님의 무한한 지성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일원론(monismus)이 두드러진다.

 

내가 말을 하고 있을 때엔, 하느님이 말을 했고,

하느님이 말을 하고 있다고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내 자신이 말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세계와 하느님을 같은 것이라고 본 것이었다.

- 요하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 스피노자 편'

 


이는 기독교 철학자들의 관점과는 전혀 다르다. 기독교 철학자들이 보기에 이 세계의 주인은 하나님이고, 그 분은 저 위에 계신다. 세계 자체가 그 분은 아니다. 

그런데 범신론은 세계가 바로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

신은 당근, 사람, 짐승, 바다, 산 등을 모두 합한 것이 아니다. 무상한 것들을 아무리 많이 주워 모은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한 것으로 변하지 않는다. 신은 일정 불변하게 확립된 자연의 체계로서 자연계에 잇따라 나타나는 세계의 '이법'이다. 일정 순간에 있어서의 세계의 모습은 세계의 이법에 따라 결정된다.  - 램프레이트 '서양철학사 - 스피노자 편'

 


신은 어떤 주체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다.

지금이야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욕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스피노자가 살았던 다잇 유럽에서는 맞아죽기 딱 좋은 주장이었다.

 

쇼펜하우어는 기독교 철학자들과는 아주 다른 관점에서 범신론을 비판하고 있는데,

범신론은 증명이 필요한 명제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 무신론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
범신론자들은 자기들이 모르는 세계의 내적 본질에 '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

범신론자들에게 신은 결론이 아니라 미리 주어진 것이다.


*
이 세상을 한번 보라. 서로를 잡아먹어야만 그나마 얼마 동안 살 수 있는 그들은 삶 전체를 두려움과 고난 속에서 보내며, 때로는 엄청난 고통을 당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다.

 

.... 이런 참상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자연은 신적이지 않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이런 세계로 변신한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참으로 마귀에 씌웠던 것이 틀림 없다.

 


시튼은 동물기에서 편안하게 늙어죽는 동물은 자연계에 거의 없고,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장을 파먹힌다고 전하고 있다. 인간들도 그동안 얼마나 참혹한 전쟁과 학살을 저질렀는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온갖 전쟁, 살인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이게 신의 작품이라고? 개뿔이다' 했던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비판하기도 했다.

 

*
범신론은 한 군주가 어떤 귀족의 신분도 박탈하지 않기 위해 모든 백성들에게 귀족의 신분을 부여하려는 생각과 마찬가지다.

 

 

모든 여자에게 '미스코리아' 왕관을 씌워서 미스코리아의 의미를 사실상 없애버리는 상황과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범신론은 신의 특수한 의미를 제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쇼펜하우어는 범신론자는 모든 것을 신적이고 완전하다고 보기 때문에 진지한 도덕을 가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모든 게 합리화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는 스피노자를 매우 존경했는데, 스피노자가 범신론자처럼 행세했지만 사실은 자신과 같은 무신론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 참조/인용

- 스털링 램프레이트 '서양철학사'
- 요하네스 힐쉬베르거 '서양철학사'
- Ralph Wiener [Der lachende schopenhauer.  Eine Blutenlese]  

- 쇼펜하우어 '수필과 이삭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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