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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와 ‘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가
연이어 번역, 출간되었다.
그 중에서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는 쇼펜하우어의 박사 논문으로,
표상이 인식되는 원리, 즉 감각한 자료를 통합해서 이미지(표상)를 형성하는 원리
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요렇게 본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보기에, 세상은 우리 머리속에서 이렇게 구성된다.(사유 형식)
특히 이 책에서는 ‘원인’과 ‘인식이유’를 확실하게 구분할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박사 논문답게 쇼펜하우어가 썼던 책들 가운데 가장 난해한데,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특히 1부)를 온전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쇼펜하우어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서문과 본문에서 이 논문을 공부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데, 이 책은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함께 쇼펜하우어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60살이 다 되어서 이 논문을 보완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적절히 요약한 논문으로, 참고할 만하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후에 추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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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의 세계는 경험과 과학적 지식(학문)의 대상으로서 주관의 인식 능력에 의한 “충족근거율”이라는 법칙 하에서 인식이 가능하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학문이란 단순한 인식의 축척이 아니라 결합된 인식의 전체며, 인식의 작용들을 규정하는 근거율로부터 결과되는 필연성에 대한 인식이다.
따라서 모든 이론적인 지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율은 주관에 의해 선천적으로 주어진 인식을 위한 공통적인 표현인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근거율의 뿌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외적인 내적인 감성(수용성), 오성, 이성이 출현하는 우리의 인식하는 의식은 주관과 객관으로 분리되며,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내포하지 않는다. 주관을 위한 객체와 우리의 표상은 같은 것이다. 모든 우리의 표상들은 주관의 객체들이다. 그리고 주관의 모든 객체들은 우리의 표상들이다. 그러나 모든 우리의 표상들은 형식에 따라 선천적으로 규정이 가능한 법칙적인 결합에 서로 놓여 있다. 이러한 형식에 의해서 어떤 것도 독자적이며, 개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있게 된다. 이러한 결합은 보편성을 지닌 충분한 근거율로서 표현된다.
쇼펜하우어는 여기서 주관을 위한 표상들을 선천적이며 보편적으로 결합시키는 형태들을 바로 근거율(Satz vom Grund)이라고 칭한다. 여기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주관의 능력을 쇼펜하우어는 “인식하는 의식(das erkennede Bewußtsein)”으로 칭한다.
인식하는 의식은 외적, 내적인 감성, 그리고 오성과 이성으로 나누어지며, 거기서 또한 감응과 직관이 서로 구분된다. 오성은 감성에 의한 감응의 내용을 작업하여 대상에 대한 직관을 가능하게 하며, 개념과 판단이라는 사고의 추상적 작용에 관계하지 않는다. 추상적 인식은 이성에 의한 2차적 자료로서의 개념과 단어의 매개에 의한 활동이다.
근거율은 바로 이러한 인식하는 의식에 의해 표상으로서의 대상과 주관을 결합하는 선천적인 원리인 것이다. 여기서 전개된 표상 이론은 「충족 근거율에 대한 4가지 뿌리에 대하여」에서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전체적인 사고의 건축물을 지탱하는 사고이기도 하다.
쇼펜하우어는 표상들이 결합하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서 근거율을 네 가지 형태들, 즉 네 가지 범주로 나눈다. 이것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경험과 학문의 대상으로서의 주관에 의한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선천적 원리인 것이다.
1) 생성의 근거율 - 인과 법칙
표상의 첫 번째 범주는 경험적 실재성과 관계하는 직관적이며 경험적 표상이다.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과 대조적으로 상태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의 통일을 통하여 인과율에 놓여 있는 물질의 작용에 대한 직접적인 직관적 표상을 내포한다. 이것은 우리의 신체에 의한 감응에 근원을 지니는 경험적 표상이 오성에 의한 인과 법칙에 따라 결합된 표상들이다.
생성의 근거율이라고 일컫는 인과 법칙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물질적인 상태의 변화와 관계하는 원인과 작용과의 관계를 표현하며, 오성은 바로 이러한 법칙을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한마디로, 오성이 사태를 원인과 결과로 그려내는 원리를 말한다. 즉, 오성의 원리다.
인과성의 법칙은 물질과 근원적인 자연력에 근거되어 있다. 자연력은 시간의 변화를 초월하여 존재하지만,
이것은 시간 속에서의 원인과 결과하는 모든 상태의 변화를 운반하는 물질을 통해 표현된다.
따라서 자연 법칙은 이러한 자연력이 현상되는 물질의 인과적 작용을 결합한다.
인과성은 무기물, 식물, 동물 사이의 차이에 근거하여 세 가지 다른 형식으로 출현한다.
1) 인과성의 첫 번째 형식은 무기물의 변화와 관계하며, 좁은 의미에서 원인(Ursache)이며, 기계주의(Mechanism), 화학, 물리학이 바로 이러한 첫 번째 인과성의 형식들과 관계한다.
2)두 번째의 인과성은 자극(Reiz)이다. 이것은 이른바 식물이라는 유기적 생명체에 작용하며 부분적으로 무의식적이며, 부분적으로는 동물적 삶의 부분에도 작용한다.
3) 세 번째 인과성은 동물적 삶을 주도하는 동기(Motiv)며, 이것은 모든 동물적 존재자의 행위를 인도한다. 동기의 수단은 바로 지성(Intellekt)에 의한 인식이며, 이를 통해 의식적인 행위가 가능하다. 원인과 자극이라는 인과성의 형식은 단지 외부 세계와 작용하는 결과로부터 출현하지만, 동물이나 인간에게서의 행위의 동기는 인식을 수단으로 할 때, 내부의 자기 지각(Selbstwahrnehmung)으로부터 출현한다.
그러면 오성과 신체의 작용에 대해 살펴보자.
쇼펜하우어에게서 모든 직관은 선천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오성에 의한 인과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나 인간이나 동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오성에 의한 최초의 인과율의 적용은 외부 세계에 대한 고유한 신체의 감응을 통해 일어난다.
여기서 신체의 감응은 “나의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위한 출구로서 대상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표상이다. 이것은 자기 신체의 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의식이며, 오성에 의한 인과율의 법칙으로 인도된다.
2) 인식의 근거율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만이 이성에 의해 개념을 형성하는 추상적 능력을 지닌다. 이성은 신체와 오성의 직관적 표상으로부터 넘겨받은 내용을 형식적인 개념들과 판단들을 형성하게 함으로써 학문을 가능하게 한다.(인식의 근거율은 생성의 근거율 다음에 등장하는 2번 타자다)
판단은 주어와 술어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개념의 연관성이며, 판단이 참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에 의한 인식 근거율을 지녀야 한다. 인식의 근거율은 논리적 진리, 경험적 진리, 선험적 진리, 메타 논리적 진리를 지녀야 한다.*
* 쇼펜하우어는 판단을 위한 인식의 근거율을 ①논리적 진리 ②경험적 진리 ③선험적 진리 ④메타 논리적 진리로 구분한다. ① 논리적 진리는 판단들로부터의 논리적, 형식적인 추론 과정에 의해 형성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3단 논법을 예로 들 수 있다. ②경험적 진리는 직접적으로 감각에 의해 매개된 경험에 기초하는 소재적 진리(materielle Wahrheit)다. 여기서 판단력은 오성에 의한 감성적 직관과 이성에 의한 추상적 인식 사이를 매개하여 직관적 표상을 개념과 결합시킨다. ③선험적 진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순수한 직관 형식과 인과 법칙이라는 경험적 인식의 형식에 근거하여 형성되며, 이때의 판단은 선천적인 종합 판단이다. ④메타 논리적 진리는 오로지 이성에 의한 사고의 법칙에 근거하며, 모든 사고의 판단에는 동일률)과 모순율 그리고 배중률에 의해 진리가 형성된다.
3) 존재에 대한 근거율
이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직관 형식, 즉 공간과 시간과의 관계에 대한 법칙이다. 순수한 직관의 형식들에 근거한 존재 근거는 순수한 감성의 도구가 경험에 독립적인 수학의 기초가 된다.
수학의 인식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시간 속에서의 존재의 근거율은 지속(succession)의 법칙으로서 산수이며,
존재의 근거는 위치(Lage)의 법칙으로서 기하학이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결합 속에서 물질의 작용과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오성에 의해 가능하다.
4) 행위의 근거율
네 번째 범주는 시간 속에서 출현하는 내적 감각의 직접적인 대상을 파악한다. 거기서 주관은 의욕하는 것(Wollendes)으로서 인식된다. 의욕의 주체는 의지(Wille)며, 이것은 인간의 자기 의식 속에서 직접적으로 주어질 때 의욕(Wollen)으로서 표현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겠군'하는 생각이 들고, 밥을 보면(표상하면), 숟가락을 들고 먹게 된다.
이 때 '밥'이 '먹는다'는 행동의 동기가 된다. 즉, 욕망과 행동의 원리다.
따라서 쇼펜하우어는 행위의 동기는 내적인 의식, 즉 의욕하는 것에 대한 인과성의 형식이며, 이것은 의식적인 행위를 인도한다. 모든 행위는 행위의 동기인 의욕의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 이러한 동기의 법칙의 근원은 바로 우리 자신 속에서 지각된 의지며, 이러한 의지에 대한 통찰은 바로 쇼펜하우어에 의한다면 “나의 전체 형이상학의 초석”을 이루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2부에서 의지는 나의 의식 속에서 행위의 동기를 통해 객관화되며, 이것은 바로 인과 법칙에 따라 인식되는 모든 자연 현상의 근거인 자연력, 즉 의지와 동일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자연의 근원인 의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체계를 이룰 수 있는 이론적 단초를 이미 쇼펜하우어의 박사 논문은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서술된 「충분한 근거율에 대한 4가지 뿌리에 대하여」에서 전개된 근거율의 네 가지 형태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1부에서 시간, 공간 인과성이란 선천적인 경험의 형식으로 압축된다. 여기서 시간, 공간 인과성이라는 선천적 형식은 근거율의 일반적 원리의 형태들이며, 항상 경험의 개별적인 경우에 적용된다. 따라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1부에서 주관에 의해 선천적으로 주어진 근거율에 의해 학문적 인식이 가능한 세계가 바로 현상(표상)의 세계라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의 표상 이론은 물 자체가 아닌 현상의 세계에 대한 선천적인 인식 조건을 다룬 칸트의 인식 이론과 일치한다.
발췌: 공병혜 ‘쇼펜하우어의 미학 사상’ (칸트 미학과의 연관성 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