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가는 길 어디쯤에 너는 서 있네
어디에 있을까 나의 시는
길거리와 광장에서 여문 시를 꿈꾼 날 있었으나
밥벌이의 힘겨움 속에서 아우성치며
남편이, 아빠가 되기에도 숨 가빴네
나의 지면(紙面)은 교실과 집
거기에 하루하루 꾹꾹 눌러 가며
서툰 생활이라는 시를 나는 써 왔네
한 뼘일지라도 사람에 가까운 쪽으로 다가서려 애쓰며
한걸음이라도 사람의 냄새가 나는 길로 향했을 뿐
거리에는 여전히 흙바람 몰려다니지만
이제 나의 시에는 그 어떤 테제(these)도
주의(主義)도 남아 있지 않네
그 자리에서 자라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그리움과 밤하늘 같은 고독
얼마나 더 출렁여야 네게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더 별들을 세야 네가 있는 곳에 가닿을지
시여
내 디딘 모든 길에 피어 있던 곳이여
네게 가는 길 어디쯤에
나는 서 있네
- 권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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