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힐링 종교? 파워 T다” 서울대 교수가 푼 진짜 모습
카드 발행 일시2026.05.24
번뇌는 알림 끄기, 자비는 항상 켜기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어차피 난 혼자였공(空)
서울 코엑스에서 난데없는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티셔츠와 스티커,
열쇠고리 등을 사려고 몰려든 인파가 봉은사역까지 줄을 섰습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벌어진 풍경입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역대 가장 많은 25만 명의 방문객이 박람회를 다녀갔습니다.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였고, 무종교 관람객 비중도 48%에 달했죠.
지난달 2일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다양한 불교 상품들이 전시돼 있다. 뉴스1
2500년 역사를 가진 불교가, 요즘들어 ‘힙한 종교’로 거듭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뉴스 페어링’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서울대에서 불교 철학을 가르치는
이상엽 철학과 교수와 ‘힙불교 현상’을 비롯해, 불교에 대한 여러 오해를 풀어봅니다.
이 교수는 불교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강의실에서도 느끼는데요.
“불교 공부해서 힐링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불교는 힐링의 종교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불교=무소유’라는 관념은 어떨까요?
불교박람회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지만, 일각에선 무소유의 종교가 지나치게
소비주의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 교수는 “불교가 무소유의 종교라는 생각 자체가 오해”라고 반박합니다.
“한국에서 유독 불교를 무소유의 종교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하는데,
왜 그럴까요?
불교에서도 ‘풀소유’가 가능할까요?
이 교수는 “불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으로 보는 시각도 틀렸다”고 하는데요.
불교가 유독 철학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근대 서양학자들이 불교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종교적인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거했다”며 “불교 경전에서 묘사하는 부처의 모습이나, 지옥의 풍경을 보면 기괴한
내용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서양학자들이 기겁한 불교 경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이상엽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불교에 대한 오해도
많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불교 사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성룡 기자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힙불교 신드롬’의 진짜 비밀
📌기발하고 끔찍한 불교의 지옥도
📌무소유의 종교? 한국만 그렇다
📌불교의 ‘마음 챙김’에 대한 오해
‘힙불교 신드롬’의 진짜 비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가 불교라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5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불교의 호감도 점수는 54.4점으로
천주교(52.7점), 개신교(34.7점), 원불교(30.3점), 이슬람교(16.3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일단 최근 2~3년간 ‘힙불교’라는 문화 현상이 있었는데요.
이전까진 절에 가서 기도하거나 수행에 참여하는 등의 종교적 의례로만
불교를 접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불교의 가르침을 주제로 하는 굿즈를
만들어서 사고팔거나 음악을 만들어 즐기는 등의 활동으로 영역이 넓어졌어요.
그런 것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하면서 불교에 대한 젊은 세대의
호감도가 커졌다는 생각이 들고요.
본질적인 이유는 불교의 ‘이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불교는 전통적으로 탈권위적이고, 개방적인 종교예요.
부처의 가르침을 불법(佛法)이라고 하는데요.
그 가르침을 인도 팔리어로는 에히 파시코(Ehi-Passiko), 한자어로
내상(來嘗)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와서 맛 보라’는 뜻이에요.
절대자의 가르침을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종교가 있는 한편, 부처는 중생들이
가르침을 받아보고 그걸 따를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 거죠.
그렇게 권위를 앞세워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는 불교의 정신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불교는 종교인가요? 철학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종교입니다.
제가 지금 맡은 수업이 ‘인도불교 철학’인데요.
제가 그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늘 보여주는 사진이 있어요.
미국에 있는 소품 가게에서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인데요.
불상의 머리를 본 따서 만든 전등이에요.
그렇게 불상의 머리만 갖고 만든 소품이 서양에서 아주 흔하고,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통적인 불교 문화권에선 불상 전체를 활용하지, 머리만 떼서 전시하진 않아요.
그럼 왜 그런 이미지가 퍼졌는지 생각해보니 근대 서양인들이 아시아에서 문화재
도굴을 많이 해갔잖아요. 불상 전체를 가져가자니 운반이 어려우니까 머리만 잘라서
가져간 경우가 많았던 거죠. 그래서 서양인들은 부처의 머리만 전시하는 것도 불상의
한 형태라고 인식하게 된 거예요.
제가 학생들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가 불교라는 종교의 철학적인
요소만 취사선택해서 학습하는 게 위험성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불상의 전체를 보지 않고 머리만 잘라서 들여다보는 일이랑 비슷한 거죠.
제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 중에서도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비록 우리가 한 학기 동안 불교의 철학적
요소만 골라서 배우지만, 불교는 철학적 요소 외에도 다양한 측면을 가진 종교라는
걸 꼭 짚어 줍니다.
이상엽 교수가 미국의 소품 가게에서 발견한 불상 머리 모양의 전등. 사진 이 교수
불교의 종교적 색채가 옅어진 이유는 뭘까요?
서양 학자들이 불교 문헌을 자국에 소개할 때 근대 서양의 세계관과 상충되는 종교적인
내용은 생략한 게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전통 불교 문화권에선 부처의 육체가 어땠는지를 이해하는 게 아주 중요한데요.
불교 문헌에서 묘사하는 부처의 육체를 보면 현대인이 생각하기엔 기괴하고 이상한
내용밖에 없어요. 팔을 쭉 폈을 때 손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다거나, 신체의 가로
세로 비율이 1:1이었다거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다거나, 혀가
귀까지 닿을 정도로 길었다는 등의 내용인데요.
고대 문화에서는 비범한 인간을 묘사할 때 정신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특징도
중요하게 여겼거든요. 그래서 동양에선 그런 내용이 불교의 중요한 지식으로 여겨졌는데,
서양에선 그런 내용을 다 빼버린 거죠. 근대 의학, 생물학에 따르면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가 없으니까요. 또 불교의 우주관도 서양의 과학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어요. 불교는 기본적으로 윤회를 설명하잖아요. 중생은 번뇌와 업에 따라 신, 인간,
아수라(반인반신), 동물, 아귀, 지옥 등 여섯 가지 존재 양상을 오가면서 계속해서
태어난다는 건데요.
그중에서 아귀에 대한 묘사를 보면, 배는 엄청 큰데 목구멍은 나뭇가지처럼 얇아서
욕망을 채우고 싶어도 채우지 못하는 인간도 동물도 아닌 특수한 존재로 나와요. 그런
존재들이 관념적으로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과 땅, 지옥에 물리적으로 실존한다는 게
불교의 우주관이에요. 이게 서양의 과학적인 우주관과 양립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내용이 빠진 거죠. 결국 불교에서 일부 철학적인 요소만 골라서 퍼뜨린 서양의 불교가
한국과 다른 나라로 역수입되면서 불교의 종교적 색채가 옅어진 거죠.
기발하고 끔찍한 불교의 지옥도
불교에선 어떤 죄를 짓는 사람이 지옥에 가나요?
일단 지옥(地獄)이라는 말 자체가 불교에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땅 아래에 있는
감옥’이라 지옥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데요. 사람들은 기독교의 지옥을 먼저 떠올리죠.
우선 불교의 지옥은 기독교의 지옥과 달리 한번 갔다고 평생 고통을 받는 건 아닙니다.
죗값을 다 치르면 다시 인간이나 동물로 태어날 수 있죠. 지옥에 가는 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아요. 거짓말을 많이 하거나, 음행(淫行)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성행위를 하거나, 도둑질이나 살인을 한 사람이
지옥에 갑니다.
불교에서 특이한 지옥이 있다면 무간지옥(無間地獄)인데요. 지옥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있는 지옥입니다. 고통이 중간 휴식 없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해서 ‘무간’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가장 심각한 다섯 가지 죄를 지은 중생이 떨어지는 곳이죠. 불교에선
오역죄(五逆罪)라고 하는데요. 아버지를 죽이는 것, 어머니를 죽이는 것, 깨달음을 얻은
성인을 죽이는 것, 불교의 출가 공동체인 승가를 분열시키는 것 그리고 부처의 몸에서
피가 나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의 몸에 피를 낸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를 다치게 하는 행동을 뜻하죠. 서양에선 흔히
부처를 불교의 영적인 스승이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쓰는데요. 전통
불교에서 부처는 전 우주에서 석가모니 한 명뿐입니다. 석가모니의 사촌이자 제자 중에
데바닷타라는 왕족이 있는데요. 석가모니를 죽이려고 여러 시도를 한 사람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기독교에선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비슷한 위치죠. 코끼리한테 술을 먹여서 석가모니에게
돌진하게 한 적도 있고, 절벽에서 석가모니에게 바위를 굴려 떨어뜨린 적도 있어요. 그때
석가모니의 발에서 피가 났는데, 이후 데바닷타는 지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석가모니를 다치게 할 순 없으니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죄죠.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에 전시된 석가모니 고행상. 연합뉴스
불교 세계관에만 있는 특이한 죄가 또 있나요?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져 널리 퍼진 『범망경』이라는 경전이 있는데요. 거기에선 남에게
술을 권하는 것도 큰 죄로 봅니다. ‘술을 함부로 권한 사람은 500번 환생하는 동안 손 없이
태어난다’는 내용이 있어요.
고통스러운 상황을 표현하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는 사자성어도 불교 용어에서
유래됐다고요.
아비규환은 불교의 팔대지옥 중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에서 온 말인데요. 가장 큰 죄를
지은 중생들이 떨어지는 곳입니다. 저도 대학원 공부하다가 지옥에 대한 묘사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놀랍더라고요. 음행을 심하게 저지른 중생은 끊임없이 나무를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형벌을 받는데요. 나뭇잎은 칼날로 돼 있고, 줄기에는 가시가 잔뜩 박혀 있어요.
그런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살이 계속 베이고 찔리는 거죠.
그 지옥에 떨어지면 목이 말라도 마실 수 있는 게 뜨겁게 녹인 구리밖에 없고, 배가
고파도 먹을 수 있는 건 뜨겁게 달군 쇠구슬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지옥 한편에선 갓
태어난 중생들이 서로 끊임없이 싸우는데, 그 중생들은 태어날 때부터 손톱에 칼날이
달려 있어요. 그러니까 싸울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거죠. 더 끔찍한 건 계속
새살이 돋아나서 살이 잘려 나가는 고통을 계속 겪어야 하는 거죠.
불교의 팔대지옥
불교의 사상서 『구사론』에 따르면 중생들이 지은 죄로 가게 되는 지옥 중 뜨거운
불길로 고통받는 8가지 지옥을 팔대지옥 혹은 팔열지옥(八熱地獄)이라고 한다.
1. 등활지옥
죄인들은 서로 할퀴고 찢으며, 옥졸들에게 뜨겁게 달궈진 쇠몽둥이로 맞는 형벌을
받는다. 죄인이 죽어도 금방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다시 살아나면 같은 벌을 반복해서
받는다.
2. 흑승지옥
죄인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온몸이 검고 뜨거운 쇠줄로 옭아 매인다. 뜨겁게 달군
도끼와 톱, 칼 등이 몸을 베고 끊어낸다. 날카로운 칼날이 풀처럼 솟아있는 땅으로
떨어져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다.
3. 중합지옥
죄인들을 모아 두 산 사이에 끼워 넣어서 두 산이 합쳐지도록 해 죄인들을 찌부러뜨린다.
하늘에선 쇳덩이가 떨어져 죄인들을 짓이긴다. 음행을 저지른 자는 칼날과 가시가 돋친
나무를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벌을 받는다.
4. 규환지옥
죄인은 물이 끓는 가마에 들어가 펄펄 끓여서 녹인 구리를 마시고, 불에 벌겋게 달군
쇳덩어리를 먹는 벌을 받는다. 이곳에서 울부짖는 죄인들의 비명이 너무 커서
규환(叫喚)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 대규환지옥
죄인은 모래를 넣은 냄비 속에서 볶아지거나, 불꽃에 달궈진 쇠로 된 방 안에 갇혀
타죽는 고통을 겪는다.
6. 초열지옥
죄인을 쇠판에 눕혀놓고 쇠 방망이로 다듬이질하며 불꽃으로 몸을 녹여버린다.
죄인은 열기만 있고 빛이 없는 지옥의 불에 시달리며 어둠 속에서 고통을 반복해 겪는다.
7. 대초열지옥
옥졸이 죄인들을 쇠꼬챙이에 꿰어 지옥 한가운데 있는 큰 불구덩이에 집어넣는다.
죄인은 온몸이 불타서 재가 되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죄가 다 소멸하기
전까지는 몸이 사라지지 않는다.
8. 아비지옥(무간지옥)
불교에서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중생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죄인은 가죽이 벗겨진
상태에서 쇠꼬챙이에 꿰어져 불구덩이에 던져지거나, 뜨거운 바람에 온몸이 바싹 말라
비틀어지는 형벌을 받는다.
불교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지옥을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엽기적으로 느껴질 순 있지만, 불교 세계관에서 지옥은
전통적으로 아주 중요한 공간이에요. 불교에선 업(業)의 법칙을 믿는데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괴로움은 과거에 했던 악행이 업이 돼서 돌아온 거예요. 반대로 우리가
지금 즐겁다면 그건 과거에 했던 선행 덕분인 거고요.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괴로움과 즐거움에는 원인이 있다는 의미예요. 불교의 세계관에선 어떤 죄를 지은 사람이
당장은 큰 벌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그에 합당한 괴로움을 겪는다고
보는 거죠.
불교가 무소유? 한국만 그렇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역대 가장 많은 25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뉴시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다양한 불교 굿즈가 화제였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게 무소유라는 가치에 반하는 건 아닌가요?
불교에서 무소유가 이상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건 맞아요. 가장 유명한 말이 불교 경전에
나오는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죠. 재산이나 가족 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혼자서 진리의 길을 가라는 뜻인데요. 그렇다고 불교가 무소유라는 이상을 맹목적으로
좇으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지난 2500년 동안 물질적인 번영이나 소유를
부정하지 않고 함께 발전해 온 양상이 있거든요.
불교에는 보시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중생이 승려 혹은 승가에 약이나 음식 등을
기부하면서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쌓은 공덕으로 나중에 더 좋은
환경의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고, 윤회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불교도들은
보시를 통해 공덕을 쌓는 걸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승려들도 보시를 통해 물건을 받는
걸 죄악시하지 않고요.
불교의 무소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한국에서 무소유에 대한 질문을 처음 받고 당황했어요. 외국에서 불교를
공부하면서 불교가 무소유의 종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오히려 풍부한
물질문화와 함께 발전한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선 ‘불교는 곧 무소유’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의외였어요. 저는 그게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조선시대 때 지배층이 유교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면서 불교에 대한 재정적
후원을 많이 줄였잖아요. 그러면서 불교가 어쩔 수 없이 검소한 형태를 띄게 됐다고 봐요.
'불교 = 무소유'라는 오해
이상엽 교수는 불교가 풍요로운 물질문화와 함께 발전한 종교라고 설명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알려진 인도 비하르 지역의 마하보디 사원은 가장
큰 탑의 높이가 55m에 달할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과 더불어 불교가
발달한 일본, 중국, 대만에도 화려한 불교 사찰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불교 굿즈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일본에선 유명한 사찰에 굿즈를 파는
공간이 따로 있을 정도로 소비 문화가 발달했다”며 “보시를 통해 공덕을 쌓는다는
관점에서 볼 때 소비를 중심으로 불교가 퍼지는 걸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알려진 마하보디 사원. 가장 높은 탑의 높이가
55m에 달한다. 사진 유네스코
불교의 ‘마음 챙김’에 대한 오해
최근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찾는 건 그만큼 마음이 불안한 사람이 많다는 방증인 것
같습니다.
흔히 불교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불교를 ‘힐링의 종교’ ‘위로를
전하는 종교’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사실 불교 경전을 공부해보면 불교는 위로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고 말하는 냉정한 종교예요. MBTI로 따지면 F(공감)
보다는 T(이성)에 가까운 종교죠.(웃음) 불교에선 내가 불안할 때 그 불안에 휩쓸리지
말고, 부정적인 감정을 직시하라고 설명해요.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안’이라고
정확히 명명하고, 거기서 떠오르는 나쁜 생각에 함몰되지 말라는 거죠. 그렇게 나쁜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게 경계하는 태도가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 챙김’입니다.
불안을 직시한다고 불안이 해소되는 건 아니잖아요.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불안에 내가 휩쓸리는 건 막을 수
있는 거죠. 우리가 불안에 함몰되는 순간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객관성을 잃게
되잖아요. 그래서 불안을 직시함으로써 생각을 한번 멈추고, 평정과 중립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거죠.
불교에선 마음 챙김의 방식으로 명상을 추천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명상을 제대로 할 수
있나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스님들이 추천하는 건
‘수식관(數息觀)’입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숫자를 세는 건데요. 호흡과 숫자를
세는 데 집중하면서 잡념을 버리는 과정입니다. 처음엔 잡념을 떨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마음을 하나에 집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랑 비슷해요. 그래서
꾸준히 해서 단련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수식관이 근력 운동으로 따지면 집에서 혼자
가벼운 아령을 드는 정도의 명상법입니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은 방법이니까 마음 챙김이
필요할 때 한번 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이상엽 교수는 "불교에서 설명하는 '마음 챙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라는 냉정한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룡 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0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