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송 216번 이야기
-곡식을 추수를 하지 못한 바라문-
부처님께서 제따와나에 계실 때 한 바라문과 관련해서 게송 216번을 설하셨다.
어느 날 사견을 가지고 있는 한 바라문이 강가에 있는 논으로 나가 농사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수다원과를
성취할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논으로 가셨다. 바라문은 부처님을 보고도 인사도 올리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였다.
그러자 부처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사문 고따마여, 쟁기질을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말씀 없이 갈 길을 가셨다. 그 다음 날 바라문이 논을 갈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 그에게 가서 물었다.
"바라문이여,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사문 고따마여, 쟁기질을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대답을 듣고 갈 길을 가셨다. 며칠 동안 계속해서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가셔서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바라문은 그때마다 대답을 했다.
"사문 고따마여, 저는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저는 잡초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저는 논을 돌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갈 길을 가셨다. 어느 날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사문 고따마여, 당신은 제가 논을 치울 때부터 여기를 오셨으니 곡식을 추수하면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에게 올리기 전에 먼저 먹지 않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곡식이 잘 익어갔다. 어느 날 바라문은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곡식이 이제 무르익었습니다. 추수하기 위해 내일 일꾼을 부르겠습니다."
바라문은 곡식을 추수할 준비를 다 마쳤다. 하지만 그날 밤 사나운 폭풍우가 휘몰아치더니 곡식을 모두 휩쓸어 가버려 마치 깨끗이 베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그가 논을 치울 때부터 추수를 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다음 날 바라문은 아침 일찍 서둘러 논에 나갈 준비를 했다.
"간밤의 폭풍우에 곡식이 어찌 됐는지 보러가야겠다."
그는 폭풍우가 논을 깨끗이 휩쓸어버린 것을 보고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첫날 논을 치울 때부터 사문 고따마가 논에 왔고 곡식을 추수하면 먹기 전에 먼저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게 물거품이 되었구나."
그는 밥 먹는 것도 마다하고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이때 부처님께서 그의 집으로 가셨다. 바라문은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하인에게 지시했다.
"의자를 가져다 드려라."
"하인이 의자를 준비하자 부처님께서는 자리에 앉아 물으셨다.'
"바라문은 어디에 있는가?"
"방에 누워있습니다."
"그에게 가서 오라고 하여라."
바라문이 와서 한쪽에 앉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무슨 일이 있는가?"
"사문 고따마여, 당신은 제가 처음 논을 치울 때부터 왔습니다. 저는 곡식을 추수하면 먼저 당신에게 올리겠다고 했는데
불행이도 저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슬프고 원통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바라문이여, 이 슬픔이 어디서 오는지 아는가?'
"저는 모르는데 당신은 아십니까?"
"그렇다 바라문이여, 슬픔과 두려움은 갈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갈애가 슬픔을 낳고
갈애가 두려움을 낳는다.
갈애에서 벗어나면 슬픔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으랴? (215)
바라문은 이 게송 끝에 수다원과를 성취하고 부처님의 재가신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