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인식과정은 감각의 문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오직 마노의 문에서만 일어난다. 제한된 속행과정과 본삼매 속행과정의 둘로 나누어진다”
작성자위뭇따 vimutta작성시간23.07.19조회수35 목록 댓글 01.
II.2. 의문인식과정
manodvāra-vīthi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오문에서의 인식과정은 육체적인 감각의 문과 마노의 문 두 가지 문이 실제로 개입된다. 왜냐하면 이때의 마노의 문은 존재지속심(바왕가)인데 인식과정이 이 존재지속심으로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문에서의 인식과정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감각의 문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오직 마노의 문에서만 일어난다. 그래서 이런 인식과정을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 이 의문에서의 인식과정을 '순의문 인식과정(suddha-manodvāra-vīthi)'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의문인식과정에는 (1) 제한된 속행을 가진 욕계의 인식과정(제한된 속행과정)과 (2) 색계·무색계의 고귀한 마음(mahaggata)과 출세간의 증득과 관계되는 본삼매에서의 인식과정(본삼매 속행과정)의 둘로 나누어진다...
2.
(1) 제한된 속행과정
paritta-javana-vīthi
'제한된 속행과정'으로 옮긴 paritta-javana-vīthi는 paritta와 javana와 vīthi(과정)의 세 단어의 합성어이다. Paritta는 이미 살펴보았듯이 '좁은, 한정된, 제한된'이라는 뜻의 형용사로서 욕계를 나타낸다.(제1장 §3의 해설 마지막 부분 참조) 물론 대상에서 mahanta(큰)와 대가 되어서 나타날 때는 '작은'으로 옮겼다...
이 제한된 속행과정에는 (a) 오문에 뒤따르는(pañcadvāra-anu-bandhakā) 인식과정과 (b) 독립된(visuṃ-siddhā) 인식과정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러면 이 둘을 레디 사야도의 『빠라맛타디빠니 띠까』(PdṬ.164 이하)에 준해서 음미해 보자.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P.119-120)
...여기서 숙지하고 있어야 할 두 가지 용어가 있는데 '제한된'으로 옮긴 paritta¹³¹⁾와 '고귀한'으로 옮긴 mahaggata이다. Paritta는 욕계의 마음을 나타내는 형용사이고 mahaggata는 색계와 무색계의 마음을 뜻하는 형용사이다. 욕계의 마음은 그 힘이나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한편 색계·무색계의 마음은 장애가 제거되었기 때문에 고귀하고, 고귀한 선에 의해서 얻어졌기 때문에 고귀하다고¹³³⁾ 설명한다. Paritta는 인식과정(4장)에서 큰 대상을 나타내는 mahanta와 짝이 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paritta는 작은 대상을 나타낸다.
¹³¹⁾ paritta는 pari(주위로)+√dā(to give)의 과거분사인데 형용사로 쓰여 '제한된, 작은'을 뜻한다...
¹³³⁾ ...한편 『담마상가니 주석서』 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체로부터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작은 것을 '제한된 것(paritta)'이라 부른다. 작은 소똥 덩어리와 같다. 이들은 위력이 작기 때문에 제한된 것과 같다고 해서 역시 '제한된 것'이다. 이것은 욕계에 속하는 법들과 동의어이다.
오염원을 억압하는 능력을 가졌고 광대한 과보를 가져오고 긴 흐름을 가졌기 때문에 고귀한 경지에 이르렀거나 혹은 고귀하고 고결한 열의와 정진과 마음과 통칠지를 통해서 고귀한 경지에 이르렀고 도를 닦았다고 해서 '고귀한 법들(mahaggatā)'이다."(DhsA.44)
3.
(a) 오문에 뒤따르는(pañcadvāra-anubandhakā) 인식과정:
막대기로 종을 치게 되면 종이 음파의 흐름을 계속해서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감각의 문 가운데서 하나가 감각의 대상에 의해 부딪혀서 일단 하나의 오문인식과정이 끝나면 과거의 감각의 대상은 마노의 문의 영역에 들어와서 많은 의문인식과정들을 생기게 만든다. 이런 인식과정은 오문인식과정의 속편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후속과정(anubandhaka-vīthi-citta)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이들은 전편의 다섯 감각의 문에 따라서 다섯 가지가 있다.
레디 사야도는 『빠라맛타디빠니 띠까』에서 이런 인식은 오문에서 벌어지는 맨(bare) 인식과정에서는 일어나지 못하며 이 후속과정에서야 비로소 선명한 대상의 인식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눈의 문에서의 인식과정 다음에는 먼저 1️⃣ '그와 일치하는 의문에서의 인식과정(tad-anuvattikā manodvāra-vīthi)'이 생기는데 이것은 오문에서의 인식과정에서 인지된 대상을 마노의 문에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그 2️⃣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뒤따르고, 그 다음에는 3️⃣ 색깔을 주시하는 과정이, 그 다음에는 4️⃣ 형태를 파악하는 과정이, 그 다음에는 5️⃣ 형태를 인식하는 과정, 그 다음에는 6️⃣ 이름을 파악하는 과정이, 그 다음에는 7️⃣ 이름을 인식하는 과정이 따른다.
이 가운데서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samudāya-gāhikā)'은 개인의 테두리 안에서 이전의 원래 오문에서의 인식과정과 그와 일치하는 의문에서의 인식과정의 두 가지 과정을 통해 반복 인식된 것을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종합하는 역할을 실행하는데 대상에 대한 별개의 여러 시도들을 하나의 인식의 통일체로 융합시킨다. 이것은 마치 빙빙 돌리는 횃불을 불의 바퀴처럼 인식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생겨야 색깔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색깔에 대한 인식이 일어나면 비로소 우리는 '나는 푸른색을 본다.'라고 색깔을 인식하는 것이다. 형태를 인식하는 것이 일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형태를 인지하게 된다. 이름에 대한 인식이 일어날 때 우리는 이름을 인식한다. 이런저런 특별한 생김새에 대해 이와 같이 인식하는 의문에서의 속행과정이 일어날 때만이 우리는 '나는 이런저런 특별한 생김새를 본다.'라고 알게 된다고 레디 사야도는 단언하고 있다. (PdṬ.159-160)
...우리 경험으로 봐도 물질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오문인식과정만으로는 대상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 이 오문인식과정 뒤에도 무수히 일어나는 의문인식과정들을 거쳐서 대상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이다.³⁵³⁾
³⁵³⁾ 한편 다음과 같은 유사한 설명이 이미 『맛지마 니까야 주석서』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 첫 번째 자와나에서 '이 자는 여자다, 이 자는 남자다.'라고 탐욕이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을 가지고 앞으로 보거나 뒤로 돌아보지 못한다. 두 번째... 일곱 번째 자와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아래와 위가 잘리어서 쓰러지고 난 후에야 [적이 쓰러진 줄을 알 듯이 마음도 이런 과정이 지난 후에야] '이 자는 여자다, 이 자는 남자다.'라고 탐욕 등을 일으켜서 앞으로 보고 뒤로 돌아보게 된다."(MA.i.262)
4.
(b) 독립된(visuṃ-siddhā) 인식과정:
독립된 인식과정은 여섯 가지 대상 중의 어떤 것이 오문인식과정의 후속으로서가 아니고 직접 자신의 인식의 영역에 들어올 때 일어난다. 여기서 '어떻게 대상이 가까운 감각기관과 충돌하지 않고 직접 마노의 문에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레디 사야도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출처를 열거하고 있다.
1️⃣ [이전에] 직접 본 것(diṭṭha)을 통해서
2️⃣ 직접 본 것을 바탕으로 추론함으로써
3️⃣ 들어서 배운 것(suta)을 통해서
4️⃣ 들어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추론함으로써
5️⃣ 믿음이나 견해나 추론이나 숙고함을 통해 견해로 받아들임으로써
6️⃣ 여러 가지 업력이나 여러 가지 신통력이나 사대의 부조화나 천신의 영향이나 이해나 깨달음 등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통해서 오문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의문에서 인식과정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그는 만일 어떤 사람이 대상을 단 한번이지만 분명하게 경험했다면 그 대상을 의지하여 어떤 조건이 생겨나서 나중에 존재지속심을 동요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백년 후든 다음 생이든 수십 생 다음이든 상관이 없다. 수행을 하다 보면 수십 년 전 단 한 번 경험했던 것이 바로 지금 일어난 것처럼 뚜렷하고 강렬하게 마음의 문에 대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이전의 경험들이 투입되어 그 대상을 공급받은 마음은 그들의 영향을 받기 십상이다. 그처럼 우리의 마음은 극도로 예민하고 민감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마음이 어떤 감각의 대상을 만나면 그 대상은 단 한 찰나에 이전에 경험한 수천수만의 대상들에까지 퍼져나가는 정신적인 파장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마음의 흐름(santati)은 끊임없이 이런 인과관계의 영향에 자극 받아 항상 존재지속심의 흐름으로부터 나올 기회를 찾으면서 대상을 분명하게 인식하려 한다. 그러므로 존재지속심에 같이하는 '마음에 잡도리함[작의, manasikāra]'의 마음부수법은 존재지속심이 계속 동요하도록 만들며 그것은 마음으로 하여금 일어날 조건을 이미 갖춘 대상들로 거듭거듭 전향하게 한다. 그래서 레디 사야도는 비록 존재지속심이 자기의 대상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다른 대상으로 기우는 형태로 일어난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바왕가에 내재해있는 영속적인 '경고음'의 활동 때문에 그 대상에 작용하는 다른 조건들의 힘으로 그 대상이 아주 현저한 상태에 있을 때 그것은 바왕가로부터 알음알이의 흐름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대상은 마노의 문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영역으로 바로 들어온다.
독립된 인식과정(visuṃ-siddhā)은 여섯 종류로 분석된다.
1️⃣ 직접 본 것(diṭṭha)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2️⃣ 직접 본 것으로부터 추론하는 것(sambandha)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3️⃣ 들어서 배운 것(suta)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4️⃣ 들어서 배운 것으로부터 추론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5️⃣ 인지된(viññāta) 것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6️⃣ 인지된 것으로부터 추론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인식과정
여기서 '인지된 것'에는 믿음, 견해, 추론, 숙고함을 포함하고 '인지된 것으로부터 추론하는 것'에는 귀납적이고 연역적인 논법으로 도달한 판단들을 포함한다.(PdṬ.166)
5.
§12. 제한된 속행과정(paritta-javana-vīthi)
12-1. 만약 마음의 문의 영역에 선명한 대상이 나타나면 그 때 존재지속심의 동요와 의문전향과 속행과 속행의 끝에 여운의 과보가 일어난다. 그 다음에 바왕가(존재지속심)로 들어간다.
1. 만약 마음의 문의 영역에 선명한 대상이 나타나면: 욕계에 관계된 의문인식과정은 대상이 선명하고 희미한 것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선명한 대상(vibhūta-ārammaṇa)과 관계된 인식과정에서 대상이 마노의 문의 통로에 들어오면 존재지속심은 동요한 뒤 끊어진다. 그러면 의문전향의 마음이 대상으로 향하게 되고 바로 이어 일곱 번의 속행과 두 번의 여운이 일어난다. 그 다음에 다시 그 과정은 존재지속심으로 이어진다.
거듭 말하지만 이것은 욕계의 존재들에게 해당된다. 색계와 무색계의 존재들에게는 대상이 아주 선명하다 하더라도 여운의 찰나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래 §§19~20 참조)
§19. 여운의 법칙
그와 마찬가지로 [오직] 욕계의 속행 끝에, [오직] 욕계의 중생에게, 오직 욕계의 법이 대상일 때 여운은 일어난다고 말한다.
§20. 요약
욕계의 속행과 중생과 대상에 대해 확실함이 있을 때 선명하고 매우 큰 대상에 여운이 일어난다고 설한다.
여기서 이것이 여운의 법칙이다.
6.
12-2. 대상이 희미할 때는 속행의 끝에 존재지속심으로 들어간다. 여운은 일어나지 않는다.
1. 대상이 희미할 때: 희미한 대상(avibūta-ārammaṇa)과 관계된 인식과정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여운이 일어나지 않는다.
레디 사야도는 속행의 끝에 존재지속심으로 가라앉는 것은 이런 희미한 대상과 관계된 인식과정에서 최대치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를 편다. 그는 대상이 희미하면 두 번이나 세 번 정도의 의문전향이 일어나는 것으로 과정이 끝나는 것과 단지 존재지속심의 동요만으로 과정이 끝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립된 의문인식과정의 경우에 대상이 인식의 범주에 들어와서 존재지속심을 두세 번 동요하게 하지만 인식과정에 관계된 마음들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고 그 동요는 다시 존재지속심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디 사야도에 의하면 마음의 문에서도 역시 대상은 1️⃣ 매우 선명한 것 2️⃣ 선명한 것 3️⃣ 희미한 것 4️⃣ 매우 희미한 것의 네 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여기서 1️⃣ 여운으로 끝나는 인식과정은 매우 선명한 것(ati-vibhūta)이고 2️⃣ 자와나로 끝나는 인식과정은 선명한 것(vibhūta)이고 3️⃣ 의문전향으로 끝나는 것은 희미한 것(avibhūta)이고 4️⃣ 단지 존재지속심의 동요로만 끝나는 인식과정은 매우 희미한 것(ati-avibhūta)이다.
물론 여기서 대상의 선명도는 대상의 탁월함이나 알음알이의 강도에 달린 것이다. 탁월하게 선명한 대상은 알음알이가 약하다 하더라도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고, 알음알이가 강하면 아주 미세하고 난해한 대상일지라도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13. 요약
인식과정의 마음은 3종류이고 마음은 10번 일어난다.
상세하게 설하면 41가지 마음이 있다.
이것이 여기서 제한된 속행과정이다.
1. 인식과정의 마음은 3종류이고: 여기서 3가지 마음은 의문전향과 속행과 여운이다. 하나의 의문전향, 일곱 개의 속행, 두 개의 여운으로 모두 10개의 마음이 의문인식과정에서 일어난다. 여기서 언급된 41가지 마음은 욕계의 54가지 마음 가운데서 한 쌍의 전오식과 오문전향과 두 가지 받아들이는 마음의 13가지를 제외한 것이다. 그리고 욕계의 세 가지 조사하는 마음은 이 의문인식과정에서는 여운의 역할로 나타나며 결정하는 마음은 의문전향의 역할로 나타난다.
인용 출처: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1권', 초기불전연구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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