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담마 길라잡이 5장 24-1번 문단의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궁극적인 것(dhamma)의 관점에서 본다면 몸으로 짓는 세 가지 선업과 말로 짓는 네 가지 선업은 두 가지 절제, 즉 바른 행위와 바른 말의 마음부수법에 해당한다
1.
절제(virati)는 vi(분리하다) + √ram(to rejoice), '기뻐하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바른 행위는 세 가지 몸으로 짓는 나쁜 행위를, 바른 말은 네 가지 말로 짓는 나쁜 행위를 절제하고 제어하고 금한다.
절제는 아름다운 마음들과 함께 일어나지만 때때로 일어나는 마음부수들이다.
절제의 마음부수들은 욕계 유익한 마음 8가지, 출세간 도와 과의 마음 10가지에서 함께 일어난다.
세간적인 마음에서 절제는 말과 행동과 생계로 나쁜 행위를 할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즉, 의도적으로 나쁜 말과 행위, 생계로부터 절제하려는 마음이 일어날 때 생긴다.
이 중 생계와 관련된 말과 행동의 절제는 바른 생계이고, 생계와 관련되지 않은 말과 행동의 절제는 각각 바른 말과 바른 행위이다.
열 가지 해로운 행은 생계와 관련이 있는 해로운 행과 그렇지 않은 해로운 행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눠야 한다.
예를 들면 강탈과 청부살인을 목적으로 죽이거나 사냥꾼이나 고기잡이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죽이는 것은 생계와 관련된 해로운 행ducarita이다. 성냄이나 증오심 때문에 살생하는 것은 생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른 모든 해로운 행도 다 이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거짓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옳지 못한 송사를 변호하고 이야기꾼이 되어 꾸며낸 이야기와 인심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사스러운 말을 유포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 따위가 생계와 관련된 해로운 행위다. 뭔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 없이 하는 거짓말, 험악한 말 따위는 생계와 관련되지 않은 단순한 말로 하는 해로운 행vacī-duccarita이다.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거짓말을 삼가는 것은 생계와 관련되지 않은 바른 말의 절제sammā-vacā-virati이지만 만약 생계와 관련된다면 바른 생계의 절제sammā-ājīva-virati가 되는 것이다.
살생을 범할 기회가 왔을 때 살생을 삼가는 것은 만약 생계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바른 행위의 절제sammā-kammanta-virati이다. 하지만 살생을 삼가는 것이 생계와 관련된다면 그것은 바른 생계의 절제sammā-ājīva-virati가 된다.
- 아신 자나까 비왐사 지음, '일상생활에서의 아비담마' P.118~119, 법보시자 위데히
절제는 의도적으로 나쁜 행위를 절제하려는 마음부수이다.
나쁜 행위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는 것은 절제가 아니라 청정한 계행(sīla)이다.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이지만 절제(virati)에 속하지 않는 다른 유익한 행위들이 있다.
즉, 나쁜 행위를 할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억제하면서 바른 행위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 자극 없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유익한 말과 행동과 생계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앞서 절제는 아름다운 마음들과 함께 일어나지만 때때로 일어나는 마음부수들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나쁜 행위의 기회 여부와 상관없이(= 절제의 상황과 결부되지 않고) 유익한 의도의 마음을 낼 수 있기에, 절제는 때때로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방금 언급한 세 가지 절제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유익한 행도 있다. 이러한 유익한 행은 이 절제의 마음부수virati-cetasika와 관련되지 않은 유익한kusala 법이다.
절제의 상황과 결부되지 않고서 유익한 말을 하고 'pāṇātipātā veramaṇi sikhāpadaṃ samādhiyāmi. (살생을 삼가는 학습계목을 수지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계율을 준수하겠다는 빠알리어 게송을 염송하는 등의 행위가 바로 바른 말sammā-vācā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유익한 의도kusala-cetanā이다.
절제의 상황과 결부되지 않고서 보시하고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법문을 경청하는 것 등은 바른 행동sammā-kammanta라고 할 수 있다.
절제의 상황과 결부되지 않은 장사나 상업과 같은 전통적인 직업은 바른 생계sammā-ājīva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경우에 절제는 결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른 말 등은 절제의 마음부수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은 그저 유익한 의도kusala-cetanā라고만 해야 할 것이다.
- 아신 자나까 비왐사 지음, '일상생활에서의 아비담마' P.120, 법보시자 위데히
의도적으로 나쁜 행위를 절제하려는 마음이므로, 작용만하는 마음이나 과보의 마음이 아닌 유익한 마음에서만 함께 일어난다.
과보의 마음은 의도를 내는 마음이 아니고, 작용만 하는 마음은 잠재성향의 번뇌를 완전히 제거하였으므로 절제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위바위니 띠까』 에서는 "제한된 욕계의 마음에서 절제는 유익한 마음을 과보의 마음과 작용만 하는 마음과 구분하는 기초가 된다."라고 말한다.(VṬ.120)
그것도 말과 행위와 생계는 각각 서로 다른 영역, 대상이므로 세간의 마음에서는 이 3가지 절제는 따로따로 일어난다.
즉, 하나가 일어나면 다른 둘은 일어나지 못한다. 더하여 때때로들이므로 항상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지 않을 때도 있다.
참고로 3가지 절제는 2가지 무량함(연민, 함께 기뻐함)과도 함께 일어나지 못한다.
이것 역시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 행위, 생계, 타인의 고통, 타인의 성공은 모두 대상이 다르다.
이들은 세간의 마음에서 모두 같이 일어나지 않는 따로따로 일어나는 마음부수들이며, 항상 일어나지 않고 가끔 일어난다.
그러나 출세간에서는 3가지 절제가 반드시 동시에 함께 일어난다.
2.
필자는 출세간 마음에서 3가지 절제가 반드시 동시에 함께 일어난다는 것에 의문이 있었다.
3가지 절제는 선정에 든 색계와 무색계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출세간 마음들 역시 출세간 선정에서 열반 대상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마음이다.
선정에 든 마음에서 마음의 대상은 해로운 것일 수 없고, 몸과 말의 행위 없이 순전히 마노로 업을 짓는다.
따라서 나쁜 행위들을 의도적으로 절제하려는 마음 역시 일어날 리 없다.
이것은 마음의 작동 원리를 기억한다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출세간 마음에서는 어떤 원리로 3가지 절제가 반드시 동시에 함께 일어난다고 이해해야 할까?
필자는 우 실라 사야도에게 이 부분을 여쭈었고, 사야도는 출세간 대상의 힘으로 나쁜 잠재성향을 제거하는 것을 말씀해주셨다.
색계와 무색계 마음은 장애가 없이 청정하다.
그러나 선정에서 벗어난 마음은 다시 오염될 수 있다. 아직 번뇌를 뿌리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세간 도의 마음을 일으킨 존재는 평생 나쁜 존재가 될 수 없다.
이것 때문에 저절로 나쁜 말, 나쁜 행위, 나쁜 생계의 3가지를 삼간다.
도의 마음 하나로 잠재성향이 완전히 사라진다. 언제, 어디서든 나쁜 행위의 의도가 생기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사야도는 출세간 선정 때 이 3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기보다,
출세간 대상의 힘으로 나쁜 말·행위·생계 대상을 없애버리고 잠재성향을 완전히 제거해버린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라고 일러주셨다.
출세간 마음이 일어나는 그 당시에 이 3가지를 찾긴 어렵고,
출정하고 나서 이 3가지 나쁜 행위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3.
『담마상가니』 주석서인 『앗타살리니』에는 3가지 유형의 절제를 말한다.
① 자연적인 절제(sampatta-virati):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을 때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 교육의 정도를 고려하여 그것을 절제하는 것
② 계율을 통한 통한 절제(samādāna-virati): 계율을 지키기 때문에 나쁜 짓을 절제하는 것
③ 근절을 통한 절제(samuccheda-virati): 출세간의 도의 마음과 연결된 절제로서 나쁜 짓에 대한 모든 성향을 근절하면서 일어나는 것
앞의 2가지는 세간적인 절제이고, 마지막은 출세간적인 절제이다.
사야도의 설명은 근절을 통한 절제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3가지 유형의 절제에 대한 다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계율을 통한 절제samādāna-virati는 계를 지켜서 하는 절제이다.
소를 죽일 상황이 왔을 때 불살생의 계를 받았기 때문에 소를 살려준다면 계율을 통한 절제의 공덕을 이루게 된다. 한때 어떤 재가자가 비구에게 계를 받은 다음 잃어버린 자신의 소를 찾으러 들판으로 갔다. 언덕을 오르고 있을 때 거대한 구렁이가 다리를 휘감았다. 지니고 있던 칼로 뱀을 죽이려 할 때 스승에게 받은 계sīla를 떠올리고는 뱀을 해치지 않았다. 그러한 계행의 힘으로 뱀은 휘감은 몸을 풀고는 사라졌다. 그 재가자는 계를 수지했으므로 이 이야기는 계율을 통한 절제samādāna-virati⁷⁴⁾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계를 받은 시점이나 계를 받고 다음의 절제는 계율을 통한 절제가 되는 것이다.
⁷⁴⁾ 사마다나samādāna는 '계의 준수'를, 위라띠virati는 '해로운 행을 삼간다'는 뜻이다.
우발적인 절제는 자연적인 절제sampatta-virati⁷⁵⁾로 분류된다.
예를 들면 옛 스리랑카에 짝까나Cakkana라는 재가자가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주치의가 토끼 고기가 효험이 있다고 권해주었다. 그러자 재가자는 토끼를 잡으러 나섰다. 논에서 작은 토끼를 잡아서 막 죽이려 할 때 갑자기 그 겁을 잔뜩 집어먹은 동물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일어나 도로 살려주었다. 집으로 돌아가 몸져누운 어머니에게 이 사건을 말씀드리고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바르지 않은지를 알게 된 때부터 여태껏 저는 살생의 의도를 가지고 어떠한 생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라는 엄숙한 선언을 했다. 이러한 거룩하고 엄숙한 진실어⁷⁶⁾로 인하여 어머니의 병이 말끔히 나았다. 이 사례에서 그 재가자는 이전에 어떠한 계도 지키지 않았지만 토끼를 잡은 순간부터 갑자기 연민을 느껴 살생을 삼가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연적인 절제sampatta-virati의 사례이다.
⁷⁵⁾ 삼빳따sampatta는 '현재의, 우발적인' 위라띠virati는 '절제'를 뜻한다.
⁷⁶⁾ 진실어는 '삿짜와짜나sacca-vacana', 또는 '삿짜끼리야sacca-kiriya'의 역어이다. 빠알리 삼장에는 진실에 기초하는 맹세의 말이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는 예가 많이 실려 있다. 예컨대 「깐하디빠야나 본생담」 Kaṇhadīpāyana Jātaka(no.444)에는 뱀에 물린 자식을 부모가 고행자에게 데리고 가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 고행자가 자기가 지금까지 행해왔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이 진실sacca에 의해 안온하리라."고 외우자 그 자식의 몸에서 독이 흘러나와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또한 『맛지마 니까야』 Majjhima Nikāya의 「앙굴리말라 경」 (M.86)에 의하면, 앙굴리말라가 사왓띠에서 걸식을 하고 있을 때 한 임산부가 난산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여인에게 동정을 느낀 앙굴리말라는 돌아와서 부처님께 그 사실을 아뢰었다. 그때 부처님은 앙굴리말라에게 "내가 거룩한 삶을 얻은 이래 고의적으로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을 빼앗은 일이 없다. 이 진리에 의해 그대에게 안온함이 있으리라."라고 임산부의 앞에서 주문을 외우라고 가르쳐주었다. 앙굴리말라가 그대로 주문을 외우자 이 말의 진실한 위력에 의해 그 여인의 산고가 사라졌다고 한다.
도의 마음magga-citta과 결부된 절제를 잠재성향의 번뇌를 완전히 제거하는 근절을 통한 절제samuccheda-virati⁷⁷⁾라고 하는데 이는 일단 도의 마음을 얻으면 그 순간의 절제는 마음의 번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⁷⁷⁾ 사뭇체다samucchedha는 '잠재성향의 번뇌를 완전히 근절함'을, 위라띠virati는 '절제'를 뜻한다.
이렇게 각 절제의 마음부수virati-cetasika를 세 가지로 더욱 세분할 수 있는 것이다.
- 아신 자나까 비왐사 지음, '일상생활에서의 아비담마' P.120~122, 법보시자 위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