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웅철 / 매경비즈 교육총괄부장, 매일경제 전 도쿄특파원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2018년 고령화율 28.1%)
고령화의 파고가 사회 곳곳에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담장 안’의 상황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죄수의 고령화’
요즘 일본 매스컴에는 수형자(受刑者)들의 고령화로 인해 벌어지는 교도소의 신풍경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종종 방영되고 있습니다.
고령 수감자들을 간병하는 전문 인력이 채용되고, 고령 수감자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역장까지 고령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정기적인 치매 검사가 실시되는가 하면, 형무관이 고령 수감자들의 ‘복약(服藥) 지도’를 하기도 합니다. 현지 언론들은 요즘 전국 형무소들의 최대 과제가 ‘고령 수감자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수형자들의 고령화 현상은 징벌과 계도라는 교도소 본연의 역할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고 있다고 말합니다.

본 중서부의 나가노 현(長野県) 스자카 시(須坂市)에 위치한 ‘나가노(長野) 형무소’.
이곳은 남성 전용 교도소로 현재 890여 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2018년 11월 기준) 수감자 10명 중 2명이 60세 이상이고, 70세 이상 고령 수감자도 60명 정도입니다. 이중 치매 환자도 11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2017년 초 이곳 교도소에 간병전문 인력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됩니다. 교도소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간병 직원의 일은 일반 요양원에서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동작이 곤란한 고령 수감자들의 식사 보조, 옷 갈아입히기, 입욕 등 수발과 간병을 맡습니다. 일본 법무성은 교도소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형무소에 일정 자격을 갖춘 간병전문 인력을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전국 교도소에는 현재 32명의 간병스텝이 수감자 간병과 형무관 업무 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가노 형무소의 ‘노역’(勞役)장은 일반 형무소의 그것과 조금 다릅니다. 이 곳의 노역장소는 ‘요양 작업장’이라고도 부르는데, 작업 환경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화(化)했습니다. 배리어프리란 문턱을 없앤다는 의미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환경을 말합니다. 요양 작업장에는 고령 수형자들의 낙상 방지를 위해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고, 화장실은 온수 세정이 가능한 좌변기가 설치돼 있으며, 세면실에는 안전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노역 일거리도 고령 수감자들에게 가급적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단순 작업을 배정하고, 젊은 수감 동료들에게 ‘고령 동료’의 보조업무를 담당시키기도 합니다.
일본 나라 현(奈良県) 인근 미에 현(三重県)의 미에 교도소는 고령 수감자에 대한 독특한 치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 교도소의 고령 수감자 중 절반이 치매성 환자라고 합니다. 때문에 일찍부터 다양한 치매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음악과 율동을 활용한 치매 예방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음악 치매 프로그램은 2016년도 전국의 교도소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음악치료 전문 강사의 유도에 따라 동요를 부르거나 율동을 따라 하면서 뇌의 기능에 자극을 주는 방식입니다. 음악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법무성은 2018년부터 전국의 8곳의 주요 형무소를 대상으로 60세 이상 수형자에 대한 치매 검사를 의무화했습니다. 치매 증상을 조기에 파악해 노역 작업이나 치료 면에서 배려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야마구치 현(山口県)의 이와쿠니(岩國) 형무소는 여성전용 형무소 중 하나입니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복역자들의 고령화가 남성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와쿠니 형무소는 ‘노인 시설’이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도소 내에는 이동 보조차를 밀고 다니거나 지팡이를 짚은 고령 수감자를 쉽게 볼 수 있고, 급식 시간의 풍경은 일반 요양시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식당 테이블의 특정 좌석에는 ‘연(軟)’ ‘A’ 등의 테이프가 붙어 있어 이 자리에는 고령 수형자에게 맞춘 연화(軟化)식이 준비됩니다. 식사 후에는 형무관들이 복용 약을 전달하는데, 복용 약이 섞이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도 형무관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가끔 여기가 형무소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는 여성 형무관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합니다. 요즘 교도소에는 초고령의 와상 수감자도 늘고 있는데, 형무관들이 이들의 기저귀 교환까지 도맡다 보니 업무 부담은 물론, 일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일본 정부는 2014년부터 형무시설의 지역연계사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의료복지 간병관계자들의 협력으로 교도소의 치매환자나 와상 수감자에 대한 수발 간병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 시(仙台市)의 미야기 형무소는 최근 도호쿠(東北)복지대학과 고령 수감자 관련 업무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대학은 치매 연구시설과 공공요양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소속 대학생들이 간병 연수 인턴십 프로그램을 형무소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제휴함으로써 학생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형무소의 업무까지 경감시키는 윈윈 효과를 이룬 것입니다. 이곳 교도소의 고령 수감자가 출소한 이후에도 대학의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범죄 백서에 따르면 연간 입소자 수는 2006년 정점(3만 3,032명)을 찍은 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6년 2만 467명) 반대로 65세 이상은 계속 늘고 있는데, 2006년 1,882명(전체 수감자의 5.7%)에서 2016년에는 2,498명(12.2%)까지 늘었습니다. 2015년 조사 때는 60세 이상 수감자 중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이 약 14%(1,300명)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죄수의 고령화’로 나타나는 초고령사회 일본의 교도소의 신풍경은 ‘징벌’이라는 형무소 본연의 임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인 이탈리아도 교도소의 고령화가 심각해지자 70세 이상 죄수 가운데 중범죄자가 아니면 지역사회에서의 ‘복역’을 통해 갱생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