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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 이야기

식물들의 생존전략

작성자농진|작성시간23.08.09|조회수47 목록 댓글 0

모든 생명체는 자체로 살아남기 위한 최대한의 전략을 강구한다. 만약 그런 전략이 없다면 결국은 생존경쟁에서 낙오되어 사멸하고 말 것이다. 이건 지고의 진리이다. 자연농 혜림원과 같은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 인간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이나 간섭 없이도 건강하게 살아남은 작물들이 현재의 농장 식구이지만, 그 뒷면에는 (외부에서 모종을 가져와서 식재한 경우에도) 많은 식물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혜림원에서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각종 야생식물들 외에 새로 옮겨다 심은 작목이 살아남지 못하면 미련 없이 과감하게 다른 종으로 대체한다.

앞에서 소개한 포도와 배나무도 그런대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토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후환경의 경우에는 작물 자체가 끊임없이 외부조건을 감지해서 적응해나가면서 살아나갈 것이다. 추울 때는 그 추위에 적응해 나가고, 요즘 같이 뜨거운 뙤악볕에서는 잎을 통해 증발되는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뿌리로부터 더 많은 수분을 끌어올려서 균형을 맞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잎은 더 이상 광합성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혜림원의 실험 포도단지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3주전에 왔을 때 봤던 그 생생한 포도나무 잎이 햇볕에 거의 타버린 것 같이 색깔이 변했다. 단지내의 모든 포도나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포도 잎에서 그런 변화가 있었다. 왠 일일까? 사연인 즉, 농장 직원이 불볓 더위에 견디고 있는 포도나무가 안쓰러워서 그 위에다 더위를 식혀주느라고 호수 물을 끼얹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잎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단다. 색깔이 변했다기 보다는 거의 잎이 뙤악볕의 열기에 ‘타버린’ 수준이었다. 이것은 작물이 스스로 뙤악볕의 열기를 이겨내도록 생존전략을 강구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양자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데에 인위적으로 개입 (또는 간섭)한 사례라고 하겠다. 여기서 결국 포도나무 잎은 ‘타버리고’만 것이다. 역시 뜨거우면 뜨거운 데로 서서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다.

이것은 금년의 포도농사 전체를 망가뜨린 것도 아니고, 아직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지의 잎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지금 달린 포도송이들을 영글게 하는 작업은 계속할 수 있겠지만, 자연농의 ‘무개입’ 원리를 재확인하는 하나의 교훈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나기 3주 전의 모습: 잎들이 아주 싱싱하다.(2023-07-12)

- 이 글은 이문운 교수님 Facebook에서 스크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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