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자연농 사과농사는 참 어렵다!
자연농 혜림원의 사과농사는 벌써 12년째이지만, 여전히 상품으로 내놓을만한 사과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좋은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금년에는 기대할만하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나’로 마무리 짓는 것 같다. 조생종의 경우 지난 2주간에 강한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떨어지고, 남은 부분도 온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미 맛은 들었기에 가능한대로 수확해서 식초단지로 들어갔다. 비록 온전한 사과는 아니지만 양질의 천연 식초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늦가을까지 가는 만생종은 익어가고 있다.
사진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사과알의 표면은 온통 그을음으로 덮였다. 더러는 이것을 두고 ‘그을음병’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일종의 ‘병(病)’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일단 그런 사과를 깍아보면 알맹이는 말짱하다. 그것이 병이라면 속의 과육까지 영향이 있을 것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 식초를 담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그을음이 아직은 자연농의 연륜이 짧아서 사과나무가 그 자체로 외부로부터 알맹이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전략’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싶다.
여기에 일본 니이가타에서 나의 친구 히데무라(秀村硏二) 교수가 자택의 정원에서 심어놓고 비료와 농약 등 아무런 투입이 없이 자연재배로 키운 17년된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한 사과 사진 두 매를 공유하겠다. 인터넷으로 그 성장과정을 계속 봐온 사과나무에서 얻은 것이다. 그 색갈이며 형태가 완벽했다. 또 이와 함께 내가 오래 전에 일본의 자연재배 현장탐방 과정에서 일본 자연재배 사과농사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키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씨의 사과원(@아오모리靑森현 히로사키弘前)에서 찍은 사진 두 매를 공유하고자 한다. 키무라씨는 내가 탐방했던 12년 전(2011-09-09)에 이미 자연재배 한 지 30여년이 된 사과나무였다. 당시 내가 본 사과 하나하나가 모두 상품으로서 완벽했다. 이 두 사례로 미루어 봐서 혜림원의 자연농은 희망적인 기대의 끈을 더욱 확고하게 잡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자연농은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이다.
PS:
(어제 내가 위의 포스팅을 올리면서 ‘일본의 한 지인이 집안에서 자연재배로 키운 17년된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얻은 사과’를 소개했는데, 그 지인의 허락을 얻어 그 분의 이름이 Hidemura Kenji(秀村硏二; 일본 도쿄 메이세이[明星]대학 교수)임을 밝히겠다. 히데무라 교수는 한국연구를 거의 40년 가까이 해온 문화인류학자이다. 그는 니이가타에 있는 자택 정원에 심은 사과나무 한 그루를 아무 비료와 농약 없이 자연 상태에서 자라고 있다. 나는 히데무라 교수가 그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과 사진에 매료되어 금년 초부터는 약 2주에 한번씩 니이가타의 자택에 오실 때마다 사과나무의 상태를 찍은 사진과 내가 관찰하고 있는 혜림원의 사과 상태를 찍은 사진을 교환해왔다. 사실 히데무라 교수의 사과나무는 이미 어려운 고비를 다 넘긴 것 같아서 혜림원의 김주진 대표와 나는 그 분의 사과나무를 일종의 벤치마킹 하고 있는 셈이었다. 현재 방학을 이용하여 경북 왜관에서 현지조사를 하고 있는 히데무라 교수께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뜻을 전해드리고 싶다.)
- 이 글은 이문운 교수님 Facebook에서 스크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