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 칡덩굴
칡덩굴. 평지의 밭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발붙일 기회를 찾지 못했을 것이지만, 혜림원과 같이 산지를 개발한 농장에서는 칡덩굴의 맹위가 대단하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바깥으로 보이는 야산이 온통 칡덩굴로 덮혀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옛날 같이 벌거숭이 야산보다는 푸른 숲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농장의 칡덩굴은 사실상 골치덩이다. 왕성한 식욕(?)을 뽐내면서 마치 점령군같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뻗어나가면서 높은 나무마저 고사시킨다.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넓은 잎사귀로 햇볕을 독차지 하면서 다른 식물들의 광합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칡덩굴의 밑둥 성장점을 잘라주는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도 땅위를 더듬어서 뻗어나가는 칡덩굴의 마디마디마다 또 새로 뿌리를 내리기도 하니 성장점을 잘라주어도 속수무책이다. 규모가 작다면 당해낼 수 있겠지만, 수만평 규모의 농장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자연농 혜림원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칡덩굴의 횡포를 보여주는 몇장의 사진을 올린다. 칡덩굴로부터 과수를 구출해내기 위해 칡의 밑둥을 잘라준 경우에 말라가고 있는 덩굴이 희긋희긋하게 색깔이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칡은 전혀 쓸모없는 식물일까? 옛날 농촌지역에서는 간식꺼리가 거의 없었기에 칡을 잘라 가져고 다니면서 입으로 싶어 당분을 빨아먹는 것이 어린이들의 낙이었다. 젊은이들이 연례적으로 칡을 캐러 가는 산행 모임을 갖는 것도 이제는 아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더러는 칡이 음식메뉴에 등장하기도 한다. 칡즙, 칡냉면, 칡막국수 등. 일본에서는 칡잎사귀로 고급 찰떡(못찌)을 싸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도 그런 칡잎을 수집할만한 인력을 당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까지도 간혹 재래시장에서 칡뿌리를 판매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칡을 캐내는 작업은 땅을 황폐화시키는 결과가 따른다. 기존의 토양 구조를 뒤흔들어 놓게 되면서, 이는 큰비에 토양 침식(soil erosion), 토양 유실로 이어진다. 그 반대로 칡은 토양을 결착시킴으로서 산사태를 예방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될 수 있을 것이지만, 아무튼 농사에는 큰 훼방꾼임이 분명하다.
- 이 글은 이문운 교수님 Facebook에서 스크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