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와 영효아재
하 영
선산 오른쪽 아랫자락에 범이의 무덤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범이를 한국싸움소의 지존이라 부르지요.
전국 소싸움대회 191전 187승 4패
19연속 우승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어
‘살아있는 전설’이란 찬사와 함께
‘왕중왕’이란 칭호를 받았지요.
범이는 싸움소로는 최초로, 공식 은퇴식을 하였는데요. 의령 홍보대사 임무를 충실히 하여 의령을 빛냈다고, 현직군수와 군의회 의장과 많은 군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패와 꽃다발을 걸어주며 성대한 은퇴식을 했지요.
영효아재와는 7촌간인데요. 우리는 형제처럼 가찹게 지내지요. 의리 있고 뚝심 있고 다정다감하고 의협심이 강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척 사랑하고 아끼는 분이지요.
아재는 범이를 자식처럼 아꼈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동고동락하며 지극한 사랑으로 규칙적인 훈련을 꾸준히 시켰어요. 정암진 앞을 흐르는 남강 모래톱을 수없이 오가며 훈련을 함께했어요.
평소에는 콩 보리 깻묵 쌀겨 찹쌀 호박 등 10여 가지를 넣어 죽을 끓여 먹이고, 대회를 앞두고는 십전대보탕과 보약도 먹였어요. 추운 겨울밤에는 자신이 덮던 이불을 덮어주며 살뜰히 보살폈고요.
범이는 거대한 몸집을 받치는 네 다리와 짧은 귀, 예리한 눈빛, 일(一)자 모양의 비녀뿔로 뿔치기, 뿔걸이, 목 감아 돌리기, 목치기, 밀치기, 들치기… 다양한 기술로 아재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어요.
열다섯 살 범이는 은퇴한 지 7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 ‘살아있는 전설’에서 ‘영원한 전설’이 되었어요. 범이는 한 마리의 새끼도 만들지 않았어요. 아재는 범이를 자신이 묻힐 장소 맞은편 양지에 묻어 주었어요.
범이는 장례식도 화려했어요. 부군수를 비롯한 군의원, 공무원, 소싸움 관계자, 마을주민 1백여 명의 조문객들이 우승기 하나씩을 들고 장지까지 따라갔지요. 각종 대회에서 따낸 우승기와 트로피와 상장, ‘무적신화 범이’, ‘싸움소의 지존’이라 새긴 휘장에다 국화화환이 병풍처럼 관을 둘렀지요. 기자들의 열띤 취재로 TV 뉴스에 나오기도 하였어요.
조문객들은 “토사구팽(兔死狗烹)이 다반사인 세상에 참 대단한 주인”이라고 칭찬했지요. 망개떡, 의령수박, 도시락을 나누며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기원과 덕담을 잊지 않았죠.
‘나는 한세상 원 없이 살았으니
부디 주인님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사시다
천천히, 천천히, 오시오.’
오늘도 아재는 범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무덤가 잡초를 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