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2일간 무주·남해·하동·구례를 거쳐 늦은밤 집이 있는 일산에 도착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벚꽃 축제다 꽃구경이다 잠시나마 떠들썩하던 사람들 다 어디로들 가셨나.
은비늘처럼 날아가 버린 꽃바람처럼 도로마저 한산했다.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보이는 산허리 마다 마다에는 참꽃이며 산벚꽃이 아직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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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섬진강변 도로 화려했던 벚꽃들은 어느덧 꽃바람처럼 사라지고 초록만이 늦은 나그네의 발길을 맞이한다. |
ⓒ 서정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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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해는 도다리와 숭어철이다. 진주라 천리길을 즈려밟고 더 멀리 내려간 남해, 그곳까지 내려갔으니 도다리 생각이 어찌 아니 났겠는가마는 봄도다리 가을전어 이름 값하려는지 가격이 무지 비싸다. 비싸면 얼마나 비싸냐 물어도 돌아오는 주인의 대답이 영 시원찮다.
혼자 온 놈이 아무래도 시켜 먹지 못할 가격인가 재차 물어도 주인이 더는 말을 안 한다. 숭어도 먹을 만하다 해 어쩔 수 없이 그 놈을 시켰다. 그것도 한 접시에 4만 원이나 주었으니 결코 싼 것은 아니었다. 이리 저리 쓰린 속도 달랠 겸 숭어, 도다리 젖혀두고 하동 섬진강의 재첩국이나 한 그릇 소개해 보자.
술 먹음 다음날 우리는 숙취 해소를 위해 북어국이나 해장국 등을 많이 찾지만 역시 모든 보약은 제철에 나는 음식이 가장 몸에 좋다 하질 않는가.
남해서 하동으로 들어가는데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회도로가 새로이 뚫렸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싶어 이리저리 헤매이다 어렵사리 옛길을 찾았다. 요즘은 길들이 새롭게 놓이다 보니 깜박하다간 길 놓치기 십상이다. 옛 기억을 더듬어 섬진강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원조 할매집을 드디어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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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하면 원조집이라는 지정 증명서(?)까지 걸려 있을까. 지정서만큼이나 음식맛도 늘 변함없이 원조이길 바라본다. |
ⓒ 서정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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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첩회 작은 걸 시켰다. 그런데 알이 너무 작다. 홀 담당이면서 서른두 살 먹은 할매 둘째 며느리 왈 "알이 굵은 건 거의 일본으로 수출이 나가고 국내 소비용은 사실 알이 좀 작아요" 란다. 쩝, 수출한다니 뭐 달리 할 말은 없다. 대신 양은 푸짐하다. 한 숟가락 푹 떠서 상추에 싸서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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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첨회 작은 거 알이 굵은 놈들은 일본으로 수출한단다. 대신 양만큼은 푸짐하게 나왔다. 담백하면서도 풋풋한 맛이 그만이다. |
ⓒ 서정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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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첩은 지금부터 6월까지가 제철이며 이 기간 동안에는 향이 뛰어나고 살이 올라 맛이 좋다 한다. 이 때가 지나면 산란기이므로 잘 먹지 않는다. 간 해독 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해장국으로 가장 많이 요리되며 부추를 곁들여 부족한 비타민 A를 보충할 수 있다.
국물을 우려 국이나 수제비로 먹거나 숙회(익힌 회), 덮밥, 전으로도 많이 먹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기능 개선과 황달 치유에 좋으며 위장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재첩 무침을 한 그릇 게눈 감추듯 먹고 난 다음 재첩덮밥을 시키니 재첩알과 부추가 그득한 국도 한그릇 넉넉하게 같이 나온다. 전날 하동 장에서 사와 금방 무쳤다는 취나물과 콩나물을 같이 넣어 젓가락으로 살살 흔들면서 밥을 비볐다. 어느새 침이 고인다. 한입 넣은다음 국물을 들이키니 "캬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제대로 된 국물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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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덮밥과 국 전날 하동장에서 사와 금방 무쳤다는 취나물과 함께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 다음 한 입 떠넣자. 그런 다음 국 한 그릇. 숙취 해소에는 이거 이상 좋은 게 없다. 그냥 녹아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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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때맞춰 좋은 구경하고 제철 음식 먹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돈이 많다고 해서도 쉽지 않을 것이며 가고 싶어도, 먹고 싶어도 돈 때문에 그리 못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서울 살아도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 한번 못 가봤다는 소리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는데 난 이번에 제대로 눈호강 입호강 하고 왔다. 이 기분, 석달여흘만 가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