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덥다. 한낮에는 에어컨 바람도 썩 시원하지 않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어젖히자니 바람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후텁지근한 게 짜증을 부채질하는 요즘이다. 만사 의욕이 없다. 입맛도 잃은 지 오래다.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음식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스치는 게 있다. 다슬기다. 식사 때도 가까워진데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다슬기를 재료로 한 음식으로 소문 난 집이 떠올랐다. 전남 보성 문덕에서 화순 방면으로 가는 도로 위에서다.
큰 길에서 빠져 사평방면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이 곳에서는 다슬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20년 넘게 다슬기 하나만을 고집해 온 전통 있는 집이다. 식단은 쫄깃한 질감과 쌉싸래한 뒷맛으로 식욕을 돋궈주는 다슬기 수제비를 비롯 다슬기 회와 전, 무침, 비빔밥, 탕 등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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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물에서 뻘을 다 우려낸 다슬기.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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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화순군 사평면에 있는 한 다슬기 전문식당. 끓는 물에 다슬기를 넣어 국물을 우려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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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 요리는 살아있는 다슬기를 맑은 물에 담가 뻘을 우려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을 서너 번 정도 갈아가며 우려낸 뒤 깨끗하게 문질러 바구니에 건져 놓는다. 다시 끓는 물에 다슬기를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 30분 정도 다슬기를 삶은 후에 다슬기를 건져 알맹이를 바늘로 빼내 요리를 한다.
수제비는 소금과 계란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다슬기 삶은 물에 얇게 떼어 넣어 만든다. 회는 다슬기를 날 것으로 먹는 게 아니다. 물에 데친 속살을 무쳐내는 것. 굵은 것만을 골라서 삶고 일일이 손으로 까는 게 일이다. 원래의 모양이 깨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다슬기에다 부추와 양파, 오이 등을 넣고 새콤하게 무쳐내면 다슬기회가 된다. 쌉쌀한 다슬기 향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술안주로 그만이다. 속을 보호해주는 음식이기에 맵게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고 오히려 풀어준다. 술맛이 유난스레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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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의 재료로 나온 다슬기 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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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은 다슬기를 곱게 갈아서 된장을 풀어놓은 물에 넣고 끓인다. 호박과 파, 무채, 고추 등을 넣어 맛을 낸다. 은근히 구수하고 부드러우며 쌉싸래한 맛이 일품이다. 숙취 해소에 최고다. 고단백식품으로 여름철 원기를 충전시켜주는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비빔밥도 맛있다. 다슬기 국물도 담백하면서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낸다. 주인장은 “다슬기를 너무 오래 끓이면 살이 질겨져 쫄깃한 맛이 없어진다”면서 “이 맛을 살리는 게 다슬기 요리의 생명”이라고 했다.
맛의 비결은 ‘신선한 다슬기’에 있다고. 값이 싼 것도 많지만 섬진강과 보성강에서 잡힌 다슬기만을 고집하는 이유란다. 하나 더, 다슬기는 물살이 센 곳에서 자라는 반질반질한 게 정말 맛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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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다슬기비빔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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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슬기 요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도 그만이다. 이 식당의 손님이 사철 많은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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