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술*◐*
인쇄공 이 씨는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인데
지난밤 음주단속으로 한바탕
고역을 치렀단다
인쇄를 하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공업용 알콜인데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코로만 들이킨
알콜지수가 소주 반병이 넘게 된단다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걸 알아주지 않는 경찰관이
에프엠 같은 음주 측정기에만 제 믿음을 걸고
끝끝내 술 마시고 오리발 내미는
못된 놈으로까지 치부를 하더란다
피를 토하듯이 억울한 사연 꺼내 놓고
분을 삭이지 못한 그가
정말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세상이 온통 어질어질 빙빙 돈다며
코를 박고 쓰러졌다
세상에나 어쩌면 이렇게도 슬픈 술
*=계간『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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