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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미녀 딜러 '린'(전재)

작성자해송|작성시간26.06.22|조회수28 목록 댓글 0

 

 


 홍콩 미녀 딜러의 기막힌 팔자.

내가 라스베가스 카지노 바닥에서 굴러먹으며 터득한 절대 법칙이 하나 있다. 카지노에 지갑을 주머니에 쏙 넣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미안하지만 대부분 평범한 관광객들이다. 진짜 ‘상위 3%’의 타짜, 아니 거부들은 아예 지갑

자체를 안 들고 다닌다. 스케일이 다르니까.

 

그들이 판에 묻어두는 돈은 현찰로 싸 들고 올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보통 가고자 하는 카지노 중앙 은행으로

수백만 달러를 송금(Wire)해 두고 움직이는데, 이때 카지노와 타짜 사이에 아주 은밀하고도 달콤한 계약이

성립된다. "오케이, 판돈은 최소 10만 불. 몇 시간 동안 평균 배팅 마지노선을 지킨다. 대신, 잃으면 카지노가

잃은 돈의 15%에서 20%는 돌려준다."

 

일종의 '위안금' 혹은 '리베이트' 제도다. 돈을 잃어도 수억 원이 고스란히 컴백 홈 하는, 그들만의 천상계 리그인

셈이다. 그리고 여기, 그 천상계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버린 한 여자가 있었다. 내가 잘 알고 지내던 홍콩 출신의

딜러, '린(Lynn)'. 20대 후반에, 생머리를 찰랑이며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였다.

 

어느 나른하고 지루한 오후였다. 그날따라 린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생머리를 귀엽게 포니테일로 묶고 블랙잭

테이블을 지키고 있었다. 손님도 없고 하품이나 하려던 찰나, 저 멀리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몰려왔다.

양옆으로 떡대 좋은 보디가드 두 명을 날개처럼 거느린 한 동양인 사내. 그는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린의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홍콩의 쟁쟁한 백만장자, '미스터 추'였다. 이미 카지노 금고에는 그가 송금한 수십억 원의 판돈이

장전되어 있는 상태.

 

처음엔 건조한 영어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이내 서로 고향이 같은 홍콩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 순간부터 테이블

위에는 랩처럼 빠른 광동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스터 추의 눈빛이 흔들렸다. 블랙잭 카드가 아니라,

포니테일을 흔들며 미소 짓는 린의 보조개에 완벽히 꽂혀버린 것이다!

 

정신이 혼미해진 미스터 추는 카지노 매니저를 냅다 불러 세웠다. 단호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주 눈물겹고

코믹한 선전포고였다.

"헤이, 매니저. 나 앞으로 이 ‘린’ 딜러 아니면 블랙잭 안 해. 내가 이 호텔 올 때마다 린을 내 전담 딜러로 딱 지정해 놔.

안 그러면 나 이 호텔 다신 안 와! 돈 다 빼!"

카지노 측의 결정? 볼 것도 없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놓칠 카지노가 어디 있겠는가.

그날로 린은 미스터 추의 'VIP 전담 여신'이 되었다.

 

그때부터 타오른 미스터 추의 사랑은 스케일이 남달랐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라스베가스에 날아올 때마다 린의

손에 쥐여주는 팁과 용돈은 기본. 진짜 백미는 따로 있었다.

미스터 추는 카지노 케이지와 은행을 찾아가 기상천외한 계약을 맺었다.

"내가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으면 돌려받는 20%의 위안금 있지? 그거 내 계좌로 넣지 말고,

전부 린의 은행 계좌로 바로 쏴버려."

 

이게 무슨 소리냐고? 미스터 추가 화끈하게 200만 불(약 26억 원)을 날리고 홍콩으로 씁쓸하게 돌아갈 때,

린의 통장에는 '위안금'이라는 명목으로 30만 불(약 4억 원)이 자동으로 꽂힌다는 얘기다. 남자는 돈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데, 딜러는 앉아서 수억 원을 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믹한 자본주의의 로맨스인가!

(아니, 나도 명색이 베테랑 딜러인데... 왜 나한테는 이런 재벌 누님들이 한 번을 안 찾아왔을까? 인생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ㅎㅎㅎ)

 

결국 린은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라스베가스에 집을 무려 6채나 '전액 현찰'로 사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얼마 후 카지노를 떠났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며 사는지 알 길은 없다.

흔히들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고 말하고, "여자는 일단 예쁘고 봐야 한다"며 팔자 좋은 린의 삶을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지노의 룰렛 바퀴가 어느 숫자에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인간의 운명이라는 주사위 역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린에게는 미스터 추라는 일생일대의 '대박 패'가 들어왔지만, 그것 또한 그녀가 타고난 삶의 궤적, 즉 각자의

'팔자'라는 영역이었을 것이다.

"인생이란 결국 타인이 쥔 패를 부러워하는 게임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패를 가지고 나만의 판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의 싸움이다. 남의 지갑 속 수백만 불을 탐내기보다, 오늘 내 손에 쥔 소박한 칩 하나에 만족하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인생의 잭팟(Jackpot)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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