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그냥 일어나버렸어요. 젊은 날에는 잠이 안 오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짜장면 한 그릇 때리고 와서 역대기를 읽던지 <토지 6>을 쓸 계획입니다. 피부로 체감하는 온도가 15도쯤 될 것 같네요. 돌다리 넘어오니까 길동 가락국수가 있었어요. '길동 점'에 김밥 먹으러 여러 차례 갔을 것입니다. 내게 '셈'이라고 불러줬던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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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나 니체는 신을 믿지 않고 세상은 누군가가 질서대로 움직인다고 보지도 않았어요. 스스로 운동하는 '힘의 의지'가 낱줄과 씨줄로 얽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카뮈나 니체는 자살이나 타살을 용인하지 않고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운명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극복하라( Amor Fati) 고 말 합니다. 나는 이 내용을 깨닫고 기독교 신앙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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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필자의 블로그 주제 문구입니다. 역대 상을 읽다가 돈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어 잠깐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성경에서 돈은 맘몬이즘 (Mammon)으로 비유하면서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언급하고, 돈을 좋아하는 것을 우상숭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 2000년 동안 돈과 성(sex)을 터부시하거나 집착하게 되면서 역사의 상흔을 남겼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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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주인 노릇 하는 시대에 아무리 경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의도적으로라도 돈을 통한 축복보다 돈이 갖는 슈퍼 울트라 파워를 강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부의 위험성에 눈을 뜨고 해체를 하든 주무르든 해야 한다 그 말입니다. <토지 6회>입니다. 강청댁이 월선에게 가서 난리를 피운 것을 안 이용은 각시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갔고, 각시가 잡아 보지만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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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같은 년!" 각시에게 손찌검 하는 용이에게 실망했지만 다른 한편 작정하고 떠난 여자를 어찌 찾는다고 넋을 잃고 헤매는 용이가 가엾기도 합니다. 외양간에 갇혀있는 황소의 표정은 강청댁과 동병상련인가. 운무 낀 산하가 신비스럽네요. "불쌍한 것 어디로 간노?(용이)" "저기 딸기가 있어? 따줘(서희)" "이서방 아니요? 어디가 아팠소?" "용이 그 사람이 당산 풀숲에 쓰러져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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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세>에서 윤시운(모범운전사3) 이라는 배우가 촬영을 위해 수분을 빼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은 완전 살인 연습 같더이다. 일부러 감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연의 아픔 때문에 식음을 전폐한 남자가 용이 말고 얼마든지 있습니다. 끙끙 앓면서 겨우 10일 동안 물만 먹었더니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더이다. 귀녀가 칠성을 찾아가는 중 강포수가 길을 막아섭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당장 나랑 살자.(강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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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녀는 펄펄 뛰지만 끝내는 강포 수의 품에 안기게 되고 귀녀를 기다리던 칠성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니 귀녀는 왜 안 오는 거야. 이것들이 나만 빼돌리고 작당을 하는 것 아니야(칠성)" 김환은 꿈에서 자신이 관군과 최치수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며 벌떡 일어났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고 있던 별당도 일어나 근심 어린 눈빛으로 김환을 바라봅니다. 그러게 사랑만 가지고는 못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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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치수는 윤시 부인에게 사냥을 다녀올 것이라고 하면서 만약에 산에서 김환을 만나면 죽여도 괜찮은지를 묻자 윤씨 부인은 대답을 못합니다. 최치수 이놈 천하에 호래자식이지 어디 친모를 이런 식으로 겁박을 한답니까? 그러고 보면 이데올로기에 빠지면 부모형제도 모른다는 말이 허튼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그 길로 최치수는 사냥을 떠나고 간난 할멈과 최 씨 마님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처롭게 떠나간 기차의 뒤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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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젖 한 번 물려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들 김환의 환영과 갖은 상념이 윤 씨 부인의 치를 떨게 하든 말든 길을 떠난 최치수가 쌍계사에 있는 우관 스님을 찾아가서 윤씨 부인과 김환의 관계를 묻지만 우관이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우관은 길상이를 윤 참판 댁에 맡긴 스님입니다. 사실 최치수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고 확증하는 절차로 보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사냥 떠나는 목적도 동물을 잡는 것이 아니라 김환을 잡아 죽이겠다는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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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불행한 사내를 위해 보시를 한 100석 할까 하오!(치수)" 산으로 사냥을 떠난 최치수는 동물보다는 사람이 살았던 동굴이나 흔적들을 찾아 미친놈처럼 쏟아 다닙니다. 나병환자를 별당으로 착각하고 총부리를 겨누기도 합니다. "강포수! 산속에 화전민이 얼마나 되나?(최치수)" 자신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줄도 모르고 지리산 폭포수 옆에서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손꼽장난 하는 청춘 남녀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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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의 "님과 함께"의 가삿말이 여기에서 나왔을 개연성이 있습니다."저 푸른 초원 위에/그림 같은 집을 짓고/사랑하는 우리 님과/한 백 년 살고 싶어/봄이면 씨앗 뿌려/여름이면 꽃이 피네/가을이면 풍년 되어/겨울이면 행복하네/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지만/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 멋이지만/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면/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님과 함께 같이 산다면" 단풍산이 비경입니다. 지리산 자락은 몇 번 가보았는데 산행은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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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댐 쪽에서 가마골 근처로 밤을 주우러 간 기억이 납니다. 19살의 나와 20살의 용준이 일남이 형 준기 형 다들 보고 싶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최 참판 댁 대를 이을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빌더니 지성이면 감천일까요? 귀녀가 드디어 원하던 임신을 했습니다. 근데 이 아비가 누구일까요? 귀녀는 시대를 잘못 태어나서 그렇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뭐든 한자리 해먹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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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88똑하고 섹시하고 욕망 덩어리인 여자가 대세가 아닙니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강청댁이 정화수 떠놓고 지성을 드린 후 서방에게 느물느물 용서를 빌지만 용이는 어림도 없습니다. "어무이, 내 독하다 독하다 저런 인간은 처음 보요(강청댁)" 배추밭에 임이네 와 용이가 투 샷으로 잡혔습니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더라고 사람도 똑같습니다(용이)" 배추밭 무 깡탱이로 누가 누구를 풀러팅을 하는 건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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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물이 많아서 맛있어요. 잡숴보소(임이네)" "잘들 노네(칠성)" 홍시 한 개에 설경까지 지리산은 언제 봐도 신비스럽습니다. "귀녀를 주이소(장포수)" "사람도 잡겠느냐?(최치수)" 구천이를 제 손으로 죽이란 말입니까?(장 포수)" "마님! 어제 약초꾼 중에 지리산에서 환이를 봤다는 사람이 있습니다(신구)" "자왈,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서희가 글을 읽고 마당을 서성거리는 최 씨 마님의 근심이 한가득입니다. "탕!" 운명(시대)이 던지는 폭력 앞에서 '도전'과 '포기'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2025.9.22.MON.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