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오류의 사례들을 들어서 자기의 오류를 정당화하는 걸 말한다. 사람에 대한 반대의 추론에는 ‘욕설’과 ‘환경적 추론’ 외에 ‘너도 역시(you too)’의 오류가 있는데, ‘너도 역시’의 오류를 피장파장의 오류 또는 ‘두 개 과오에 의한 정당화(two-wrongs-make-a-right)’의 오류라고도 한다. 강대륜에 따르면, “예를 들면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가게에서 과자를 훔친 행위를 나무라는데 그 자식이 ‘일주일 전에 아버지도 국민학교 시절에 가게에서 과자를 훔치고 벌을 받았다고 했다’는 사실을 들어 자기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잘못이다.”
영국 철학자 새뮤얼 구텐플란과 미국 철학자 마틴 탬니는 “예컨대 가게의 점원이 착오로 거스름돈을 더 많이 주었는데도 손님이 모른 척한다면 이는 정직하지 못한 짓이라는 논증을 여러분이 어떤 사람에게 제시했다고 해보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때에 그 사람이 바로 여러분에게 말하기를 ‘그건 부정직한 게 아니네. 만일 자네가 그런 식으로 거스름돈을 많이 받게 되었다 해도 아마 자네는 모른 척하고서 가만히 있었을 거야. 안 그렇겠나?’ 만일 이 논증이 그런 행위도 정직한 행위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면 부당한 논증이다. 왜냐하면 행위의 정직성이란 여러분이 그 돈을 그대로 갖고 있을 것이냐 아니냐는 사실에 의해서 증명 또는 논박되는 게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도 거스름돈을 그대로 가져버릴 것이 맞다면 여러분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그 상대방이 옳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당한 거스름돈을 묵인하는 것이 정직하다는 논증까지 타당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오류를 피장파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말하는 사람(상대방)의 믿음이나 행위에 비추어서 결론이 증명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인데, 취지 자체가 논리적으로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 피장파장의 오류가 가장 많이 저질러지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자신의 출신 지역구의 민원 처리와 관련하여 모종의 부정혐의를 받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행위가 부당한 게 아님을 논증하기를 그런 식의 민원처리는 정치판에서는 흔한 일이요 공공연히 인정되는 관행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사실상 그는 자기가 옳았다는 것이요 그 이유는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인데 바로 이것이 통상 피장파장의 오류라 불리는 것의 한 형태이다.”
바로 여기서 ‘글쓰기=논리=수학’의 등식이 도전을 받는다. 글쓰기 전문가들에게도 전공에 따른 ‘편견’이 있는데, 문학자들은 글쓰기 스타일에 치중하는 반면, 철학자들은 논리의 수학적 완결성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논리만 따지는 건 텍스트만 보겠다는 것이며 컨텍스트를 살피는 건 불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사회과학자들은 텍스트 중심주의에 다소 불편해한다.
모든 사회과학자들이 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일부 사회과학자들은 컨텍스트도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럴 경우 피장파장의 오류는 형평성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5명이 있다. 나 혼자만 벌을 받으면 1대를 맞는 것으로 끝나지만, 5명 모두 벌을 받게 되면 2대씩 맞아야 한다. 당신 혼자 벌을 받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항변은 큰 설득력을 갖는다. 대중 여론도 그렇다. 어떤 사람에 대한 법적 응징 자체는 아무리 옳다 해도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 그 응징을 정의의 구현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일반 대중 정서다. 그 정서를 비논리적인 ‘피장파장의 오류’라고 볼 수 있을까?
[네이버 지식백과] 피장파장의 오류 (선샤인 논술사전, 2007. 12. 17., 강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