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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철학/사회/인생

삶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작성자사랑방주인장|작성시간09.08.09|조회수433 목록 댓글 4


클릭하시면 환자와 의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의학 상담 게시판으로 이동합니다.얼마 전에 중학생들에게 병원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서 학교를 방문했었다. 상반기에 3명, 하반기에 3명, 매해 6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장학금 수여일이 방학 바로 전날이었다. 중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의 중학교 때가 떠올랐다. 나의 중학교 시절은 소위 생계형 이산가족이었다.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 부모님은 따로 셋방에 사시고, 누나는 삼촌댁에, 나는 할머니 댁에 맡겨져서 지냈다. 온 가족이 함께 만나는 것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당시에 할머니 댁이 혜화동이었는데 종각에서부터 혜화동까지 걸어서 간 적도 있었다. 그 때는 삶이라는 것이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답답했었다. 내 삶에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현재까지 내 삶을 돌이켜 보니, 중학교 때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 아픈 일도 있었고, 중학교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좋은 일도 있었던 것 같다. 살면서 배운 것은 아무리 속상하고 마음 아픈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도 않을 때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운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예상치 못한 좋은 일이 생겨서, 그 기원을 찾고 또 찾다가 보면 그 행운의 씨앗은 아주 오래 전 겪었던 불행인 경우가 있다. 불행도 마찬가지다. 그 기원을 찾고 또 찾다가 보면 그 불행의 씨앗은 아주 오래 전 있었던 행운인 수도 있다.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이 인생은 눈에 보이는 대로 착착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아주 꼬불꼬불 길이 얽혀 있는 곡선이라는 것이다. 올바르고 행복한 삶이라는 출구를 향해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지만, 계획대로 착착 움직이는 법은 없다.

 

특히 행운이 아주 작은 씨앗의 형태로 내게 다가왔을 때 그것을 감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랜 시간 그 행운의 씨앗이 밑에서 꿈틀 꿈틀댈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행운의 씨앗이 싹을 트이기 시작할 때 어떤 이들은 씨앗을 돌보고 물주는 것을 귀찮게 여기고, 눈에 보이는 직선형 행복을 좇아서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의 행운의 씨앗을 없애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싹이 조그만 나무로 자랐을 때 겨우 알아차린다. 싹이 움트느라고 발바닥을 간질이는 것이 귀찮아서 밟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행운의 어린 나무는 여전히 미약해 보인다. 그래서 더 이상 키우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나중에 그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고, 맛있는 과실을 주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아 그 때 그 발 밑 간질거리는 느낌이 행운의 느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삶은 성공의 뒤안길에 예상치 못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경제적 성공, 사회적 명성을 얻지만 자녀들이 속을 썩여서 나이 들어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 분들은 젊은 시절에 외부적인 성공을 위해 쏟아 붓는 시간의 십 분의 일이라도 자녀들에게 더 신경을 썼다면 하고 후회를 한다. 자신의 야망과 성공을 위해서 돈이나 지위를 보고 배우자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그 배우자가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면적인 성공만 이루면 자연적으로 따라올 줄 알고 신경도 쓰지 않던 가정문제, 자녀문제, 건강문제가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불행의 씨앗이 발 밑에서 쿡쿡 찌르면서 고통의 메시지를 주었지만 본인은 직선형 성공 공식만 따라가면서 무시한 것이다. 
  
행운과 불행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인생이다.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다음 번 공격기회를 상대방이 가져간다. 골을 넣어서 점수를 얻는 행운을 얻으면, 다음에는 공격권을 상대방에게 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좋은 수비를 통해서 공격을 막으면 다음에는 또 나에게 기회가 생기게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불행이 찾아와도 잘 방어하면 그 다음에는 행운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축구경기를 보면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기를 하다가도,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성실하게 임하면, 어느 사이 알게 모르게 공격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인생에서도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의 씨앗을 불행이라는 바람으로부터 소중히 보호하면서, 노력, 끈기, 성실로 물을 주다가 보면,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어린 나무로 자라고, 나중에는 열매를 맺게 된다. 
  
불행한 일이 있을 때 불행 밑에 숨어 있는 행운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끈은 희망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인다. 불행이 있더라도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버리지 않는다.


[출처] www.medicalize.com / 최명기 부여정신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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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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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봄(Srping) | 작성시간 09.09.20 맞습니다.~
  • 작성자연이 | 작성시간 10.09.25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흥녀 | 작성시간 11.02.27 인생의 깊이를 공감하는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 작성자porrelli | 작성시간 11.04.21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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