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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수필/시사

손절매가 필요할 때

작성자어슬렁김용원|작성시간25.08.09|조회수36 목록 댓글 1

#1085,토요만필/손절매가 필요할 때/김용원

    손절매를 생각할 때마다 이런 동화를 떠올린다. 어떤 나그네가 호랑이에게 잡혔다. 호랑이는 나그네에게 말한다. 팔 한 짝만 주면 안 잡아먹지. 나그네는 목숨을 잃는 것보다 팔 한 짝 없이 사는 게 낫지 싶어 요구를 들어준다. 그러자 이번에는 팔 한 짝마저 주면 안 잡아먹지 한다. 나그네는 두 팔이 없더라도 다리만 있으면 집에까지 걸어갈 수 있으므로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낫지 싶어 그렇게 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호랑이가 뒤따라오며 말한다. 다리 한 짝 주면 안 잡아먹지. 나그네는 그래도 한 발이라도 있고 목숨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어 다리 한 짝을 준다. 그러자 이번에는 호랑이가 다리 한 짝마저 주면 안 잡아먹는다고 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다리 한 짝을 마저 주자 호랑이는 맛있게 먹고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통만 남은 나그네를 그마저 맛있게 냠냠 잡아먹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나그네는 힘을 다해 도망치든지 마주 붙어 싸워야 했다. 아니면 가까운 나무라도 올라갔으면 살 수도 있었다. 호랑이가 타협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단번에 잡아먹기 부담스러운 어떤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항하면 쉽게 잡아먹을 수 없도록 늙었다든가 병이 들었다든가, 그럴 것이다. 어쨌든 나그네는 혹시라도 주위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목청껏 도움을 요청하며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면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이 분명 있었을 게다. 또 그러다 죽었다면 팔 하나, 다리 하나씩 뜯어먹히는 고통은 없었을 게 아닌가. 어렸을 적 그 얘기를 읽은 후 어느 날 들었던 생각이다.

    손절매의 시기를 놓쳐 큰 실패를 하는 경우의 바탕에 깔려있는 심리는 ‘혹시나’와 ‘설마’이다. 위 동화 같은 경우 잡아먹자고 덤비는 호랑이가 혹시나 온정을 베풀어 그쪽 말만 들어주면 약속을 지키겠지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배고픈 호랑이다. 호랑이에게는 나그네가 밥으로 보일 뿐 여기에 인정사정 따윈 아예 없다는 것을 지나쳐 버렸다.

그런 점에서 주식투자를 예로 들어보자. 사실 주식투자는 허가난 도박이나 다름없다. 주식회사라는 노름방을 차려놓고 그 안에는 타짜도 있고 개평꾼도 있고 고리대금업자도 있다. 또 노름방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앞잡이들도 있다. 그들은 노름을 붙이고 나서 자릿세도 뜯고 개평도 뜯고 소개비도 뜯어가며 ‘혹시나와 설마, 나만은’이라는 주문을 불어넣어 노름에 집착하는 자들에게서 돈을 앗아간다. 마침내 옷까지 잃고 벌거숭이가 되면 그들은 법을 앞세워 노름방에서 내쫓아버린다.

    법과 법의 다툼인 송사문제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사이에 송사가 벌어지면 당연히 송사로 먹고사는 타짜, 즉 변호사가 붙는다. 변호사는 말한다. 둘 다 보증물로 옷을 벗어 자기들에게 맡기고 공정하게 벌거벗은 채 다투시오. 두 다툼자는 법 앞에 공정을 앞세우는 그 약속에 따라 옷을 벗어 맡긴다. 그러고는 피 터지게 싸운다. 마침내 둘 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헐떡이며 비로소 감정을 가라앉히고 돌아보자 이미 법타짜들은 그들의 옷을 가지고 빠이빠이, 싸우느라 수고했어, 자리를 떠난 뒤가 된다.

    앞에서 두 가지 예를 들어봤다. 물론 매우 비유적으로 논리를 비약시켜 늘어놓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관하거나 이치에서 전혀 어긋나는 예는 아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꿰뚫어보아야 할 것은 긴 인생 여정에서 때로는 손절매의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주식 같은 경우도 어떤 욕심 때문에 그 마당에 투자를 했는데 어느 순간 반토막이 났다고 하자. 이때가 바로 손절매를 할 때이다. 다시 말해 눈 딱 감고 주식을 팔아버리고, 그리고 단호하게 그 노름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팔 한 짝만 잃었을 뿐으로, 한쪽 팔 가지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또 송사 문제에 있어서도 일단 세심하게 살펴봐 일방적으로 승소할 짬이 없을 경우에는 손해를 볼망정 타협을 하든가 송사 포기를 하는 게 패가망신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송사를 다툴 시간에 더 열심히 자기 일에 몰두하여 복구하든가 완충하는 게 슬기로운 처세술이다.

    ‘썰’을 풀고 나니 자못 주식투자와 사법적 권리행사를 두고 부정적으로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결코 그런 속셈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식은 당연히 개인적인 재산증식과 국가재정 및 융성 측면에서 아주 유효한 제도이다. 또 사법적 송사 문제에 있어서도 부정적 시각에 집착하다 보면 권리 위에서 잠자거나 눈 뜨고 코 베어 먹히는 꼴이 되기 싶다. 다만 투기 목적으로 형편에 맞지 않게 주식투자에 전전긍긍하거나 승소할 여지가 없는데 감정을 앞세워 사법기관에 들락이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는 뜻으로 늘어놓았을 뿐이다.

    /어슬렁

※ 입추가 그냥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오늘 새벽은 에어컨 없이도 선선하여 살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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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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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백합 | 작성시간 25.08.27 주식하는 사람들 가운데
    손절매 잘하는 사람들은 이익낸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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