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화요산문(59)/아마추어답게/김용원
살다 보면 아마추어가 프로 흉내를 내다 망신을 당하거나 몸을 상하는 경우를 종종 겪기도 하고 보기도 한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쓴다는 식으로 전문가 앞에서 전문가인 체 이 말 저 말 늘어놨다가 얼굴 붉히는 부끄럼을 타는 경우가 그 하나다. 내과의사 앞에서 내장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든가 예술가 앞에서 그 장르에 대한 말을 꺼내 아는 체하는 것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그와 같은 경우로 스포츠에서도 종종 그런 걸 볼 때가 많다. 가끔씩 마라톤을 하다 주자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어느 단체와 등산을 했던 그날을 떠올리곤 한다. 그날 나는 별반 등산준비도 없이 따라나섰는데, 팀원 가운데 등산장비 가게를 운영하며 등산동우회도 이끄는 사람이 앞서 주도하고 있었다. 또 몇몇은 이른바 등산마니아들이었다. 이들을 따라 우리는 도봉산 정상을 지나 삼각산 정상까지 정복해 나가는, 하루 코스로는 버거운, 나로서는 수난이며 고통이며 대장정이나 마찬가지인 그런 과정을 가까스로 치러냈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운동화 차림으로 따라나선 내가 루프를 잡고 바위산을 오를 때였다. 잘못하다 미끄러졌다 하면 죽기 아니면 장애인이 될 각오를 해야 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자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한 사람도 낙오자가 없이 모두 뒤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꽁무니에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럭저럭 다 저녁때가 돼서야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다. 땀이 식어 으슬으슬 감기 기운까지 느껴졌다. 밥맛까지 없어 술로 때웠다. 그리고 그 이튿날 보니까 약간 기능이 떨어지는 바른쪽 다리에 소속된 엄지발가락이 까맣게 죽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바로 그런 바보짓을 내가 했던 것이다. 나는 등산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내세워야 했다. 내가 그날 산행을 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이유는 친목이고 목표는 건강이었다. 그렇다면 만나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동동주를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면 되었고,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히 땀이 날 정도의 산행만 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목숨을 걸고 산행을 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렇다. 프로는 그걸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여 먹고 사는 사람들은 가이드라든가 유명세로 몸값을 올려 광고 모델이 되든가 이른바 스폰서인 회사를 위해 광고하는 역할을 해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밥만 먹으면 어떻게 하면 남이 못 올라간 곳을 오르며 어떻게 하면 남보다 보다 기능적이고 경제적인 요령으로 등산을 하며 어떻게 하면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기를 위해, 몸값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 풍족하게 살려면 목숨도 바칠 수 있다. 그것은 복싱 선수가 링 위에서 뇌진탕으로 죽을 수 있지만 사력을 다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요, 날을 꼬박꼬박 새우며 소설을 쓰는 소설가도 그런 경우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굳이 그렇게 생명까지 걸며 악을 쓸 이유가 없다. 건강에 도움이 될 만큼만 적당히 해내면 된다. 돈벌이도 안 되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은 바보짓에 불과하다. 아마추어가 목숨을 거는 곳은 그가 지금 밥을 벌어먹고 사는 직종이어야 한다. 회사원이라면 회사에서 승급되고 특별수당도 받고, 또한 연봉과 함께 몸값을 더 올려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려면 그곳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또 그가 공직에서 월급을 받아 먹고 살고 있으면 어떻게 하면 승급을 하여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공인으로서 자못 몸조심을 하지 않으면 순간 내쫓길 수 있다는 우려감에 늘 조신하는 태도, 이러한 것들이 프로가 할 일이다.
그렇다. 마라톤 41.195킬로를 뛰는 사람들은 그곳에 목숨을 건 마라토너에게 맡기고 나는 취미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속도로 뛰다가(지금은 그마저 뜀박질 자체를 할 수 없는 나이가 됐지만) 5킬로미터쯤 갔는데 너무 숨이 차서 그대로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것 같으면 그 자리에서 돌아오면 된다. 아니면 완주패를 받고 싶으면 걸어서 완주하면 된다. 그런데 자기가 마라톤으로 밥을 벌어먹는 주제도 아니면서, 그게 건강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고집으로, 단순히 잘난 척하느라고, 단순히 해냈다는 박수를 받기 위해, 또는 자족감에 취해보려고 목숨을 걸고 달려봤자 잘못하면 죽음이요, 잘 견뎌봤자 몸살로 며칠 동안 앓아누워 생업에 지장만 받을 뿐이다.#아마추어#완주패#읽어보고또와#어슬렁김용원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