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와 어린이시를 구별할 것인가 / 김이구
일찍이 이오덕이 동시인이 쓰는 동시와 어린이가 쓴 시를 구별하여, 어린이가 쓴 시를 '아동시' '어린이시'란 명칭으로 구별해낸 이래로 동시 / 어린이시(아동시)의 대립적 용어 사용이 어린이문학 동네에서는 상당히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대립적 용어 사용은 상당히 편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용어 구성만을 보면 이 두 용어가 대립적이어야 할 근거는 없다. '동' '아동' '어린이'는 모두 같은 뜻을 가진 말인데, 어떤 경우엔 글을 쓰는 주체가 되고 어떤 경우엔 주체가 될 수 없다면 비합리적이다.
더구나 '어린이문학'이라는 용어를 '어린이가 쓴 문학'이라는 뜻으로 쓰지 않으면서 '어린이시'만 유달리 '어린이가 쓴 시'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고자 한다면, 이는 몇몇 소수의 약속으로는 유지될지 몰라도 일반적인 약속으로 지켜지고 유지되기 어렵다. 동시 / 어린이시의 대립이나, 어린이가 쓴 시는 동시가 아니라는 인식은 어린이문학 동네를 한발 벗어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린이시는 어린이가 쓴 시도 될 수 있고, 어린이가 읽도록 전문 작가가 쓴 시도 될 수 있다. 청소년문학이 어떤 맥락에서는 청소년을 독자로 창작된 문학 장르를 뜻하고, 어떤 맥락에서는 청소년이 창작한 문학을 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 가지 의미에는 한 가지 용어만이 대응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지 못하고, 용어를 형성하는 방식에 문제가 없을 때 우리는 그 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이 혼동될 우려가 있을 경우엔 혼동을 피할 수 있는 장치를 적절하게 마련하면서 사용하면 된다.
동시 / 어린이시의 의미 대립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시와 어린이가 쓴 어린이시를 구별해온 문제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동시=어린이시로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는 어린이가 쓴 시와 어린이문학 장르로서의 어린이시를 구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를 명확히 구별하고, 필요하면 적절하게 새로운 용어를 개발해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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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2009년 겨울호) '어린이문학 장르 용어를 새롭게 짚어본다' 가운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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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아니눈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3.10 그렇지만 동시 / 어린이 시를 구분한 본래 뜻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쓴 동시를 닮지 않은 자기들만의 시를 쓰게 하는 게 더 나은 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청소년문학 용어를 따로 구분해서 쓰지 않으니 만큼 어린이 시와 동시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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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슬비 작성시간 10.03.10 청소년이 청소년문학(장르)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나도 문청 시절이 있었지만, 청소년문학을 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시나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요즘 사계절이나 창비, 비룡소 등에서 시리즈로 내는 청소년문학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동화나 소년소설 비슷한 것을 써보기도 했고요. 청소년이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을 쓰면 청소년문학 비슷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청소년이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것도 아니고요. 청소년이 쓴 문학, 어린이가 쓴 시 이런 것을 청소년문학, 어린이시라고 하는 것은 기술(記述)적인 용어지요. 즉 청소년이 쓴 문학의 압축형태가 청소년문학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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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슬비 작성시간 10.03.12 청소년소설은 성장소설인가? 할 때 청소년소설은 청소년이 쓴 소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독특한 장르적 특성을 지닌 청소년소설이란 장르가 있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단순히 청소년을 독자로 한 소설(문학)이라는 차원을 넘어 청소년이 독자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갖게 된 장르라는 뜻을 품고 있지요. 청소년(이 쓴)문학의 성격과 현황에 대한 판단은 견해가 각기 다를 수 있겠습니다. 위에 인용된 글은, 기존의 동시/어린이시의 구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는 글에도 나왔듯이 이견을 가진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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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슬비 작성시간 10.03.10 안학수 시인은 '소년시'를 쓰기도 했는데, 소년시라는 명칭도 이전부터 사용된 적이 있고, 소년소설 소년시 이런 명칭처럼 어린이시, 어린이소설, 청소년소설이란 명칭이 배제될 필요는 없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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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니눈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3.10 슬비 님 말씀이랑 제 말씀이 어디서 딱 갈리는지 헷갈리네요.제가 청소년문학에 대해 말씀 드린 것이랑 슬비 님이 말씀하신 것이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아서요. 대체로 공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