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을 그만두고”로 시작하며 가정 경제의 위기를 암시하는 다소 무거운 사건으로 시작된다. 예상대로 이 시국에 각자 포기할 것을 적기로 한다. 아빠는 담배를, 엄마는 홈쇼핑 보기를, 화자인 나는 탕후루를 적었다. 아빠와 엄마, 어린이 화자의 포기 목록은 절제하기 힘든 유희이자 실질적인 지출요인들이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고 포기하기 힘든 걸 포기하는 상황,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하는 수순이다.
그런데 동생이 영어 학원이라고 쓰고, 이를 본 화자의 반응 “와 진짜 개이득!”을 외치는 순간 시의 반전이 일어난다. 가정 경제를 돕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사실은 본인이 가기 싫었던 영어 학원을 그만두려는 동생의 꾀가 큰 웃음 자아낸다.
보통의 어른들이라면 “이 시국에 무슨 철없는 소리냐”며 야단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그 엉뚱하고 속이 보이는 동생의 포기에 “다 같이 웃었다”로 화답한다. 위기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가족의 건강성이 좋다.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 가족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메시지를, 시인은 아주 가볍고 유쾌한 터치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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