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은 이른 봄 길가나 텃밭에서 흔히 만나는 풀꽃이다. 새끼손톱보다 작은데 옅은 하늘색 꽃이 땅바닥에 쫙 깔리다시피 피어나기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꽃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꽃은 오랫동안 '큰개불알풀'으로 불렸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 식물학자 '마키노'가 꽃의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다행히 우리 들꽃에 순수한 우리말 이름을 지어주자는 야생화 동호회 중심의 운동 덕분에, 지금은 ‘봄까치꽃’으로 많이 불리고 있다. 식물이름이 새롭게 바뀐 배경을 알고 나면, 시인이 선택한 〈개명〉이라는 제목이 더 필연적이고 적적하게 다가온다.
시는 우리가 2-3월 이른 봄에 흔히 보는 들꽃의 숨겨진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옛 이름을 “ㅋㄱㅂㅇㅍ”로 재치 있게 숨기며 시작하는 것도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유쾌하게 자극한다. 아마도 초성만 보면서 이름을 여러 가지 이름을 만들어보지 않을까? 실제로 나도 처음에 이 이름을 듣고 나서 부르기도 좀 민망하고 아이들에게 선뜻 알려주기를 주저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피는 시기와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라는 뜻을 담은 “봄까치꽃”은 정말 안성맞춤인 이름이다. 꽃말도 '기쁜 소식'이다.
이 시에서 가장 깊이 머물렀던 곳은 “부르고 싶어도 못 불렀으면”이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2연이다. 시의 화자는 ‘봄까치꽃’이다. 꽃이 이름을 바꾼 진짜 이유가 옛 이름이 가진 어감 때문에 사람들이 선뜻 자신을 불러주지 못했을까 봐, 나를 부를 상대방이 주저하고 망설이지 않기를 바라는 깊은 배려가 행간에 깔려있다. 좋은 이름이란 이처럼 너와 나 사이를 스스럼없이 좁혀주고, 미소 짓게 만드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꽃의 입을 빌려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봄까치꽃은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보아야 그 예쁨이 드러나는 꽃이다. 그래서 이 작은 꽃이 택한 생존전략은 혼자 피지 않고 군락을 이루며 피는 것이다. 이른 봄, 겨우내 얼어붙었던 텃밭에 나가보면 어떤 때는 봄까치꽃이 무리지어 피어나 마치 푸른 물결처럼 잔잔히 일렁일 때가 있다. 아직은 사방이 추위로 움츠러들어 있을 때에도 부지런히 봄을 불러 모으고 있는 그 대견함과 반가움에 텃밭일은 잠시 멈추고 가만히 앉아 꽃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봄소식 꼭꼭 담겨/ 길게 불러도 어울리고/ 자꾸자꾸 부르면 봄처럼 환해지는// 봄까치/라고 불러 주세요”
봄까치꽃
봄까치꽃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