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 대충 슥슥 그린 그림은 눈, 코, 입만 겨우 있는 투박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가식없는 날 것의 상태, 진짜 내 모습을 보고 친구들은 “너랑 닮았다”며 칭찬해 준다. 하지만 화자는 집에 와서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 “눈은 더 진하게…/ 코는 더 오목하게…/ 입은 더 빨갛게…” 이것은 타인의 시선에 맞춰 스스로를 끊임없이 보정하고 포장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시에서 마음이 아린 구절은 “손이 아파도 계속/ 그렸다”는 부분이다. 타인에게 더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치장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과 에너지를 수반하는 강박적 노동이다. 화자는 ‘더 멋진 나’를 향해 집착하며 손이 아파도 계속 그리며 다른 사람의 칭찬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가진 고유함 위에 ‘더 진하게, 더 오목하게, 더 빨갛게’ 세상이 말하는 아름다움으로 덕지덕지 덧칠한 결과는 참담하다. 공들여 치장한 순간, 정작 나라는 존재는 사라져 버렸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어디서/ 그만 그려야 했을까?” 라는 질문이 우리들에게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언제나 ‘만족’을 모르고 타인의 기준을 좇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미로에 빠지곤 한다.
이 부분에서 배우 문소리 씨가 이창동 감독에게 들었던 조언이 생각났다.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문소리 배우에게 ‘여배우를 할 만큼 예쁘지 않다’는 외모 논란이 있었다. 얼마나 예뻐야 하나 고민하는 배우에게 감독님은 “소리야, 너는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워. 다만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쁠 뿐이다. 너는 배우를 하기에 아주 합당하게 예쁘다”라고 했다고 한다. 세상이 정한 과도한 기준에 나를 맞추지 않고,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덧칠의 붓을 내려놓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온전히 긍정할 때, 비로소 진짜 내 얼굴이 보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