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완 시인의 〈레몬과 할머니〉에는 고집쟁이들의 기 싸움을 보는듯한 팽팽함이 있다. 레몬은 고집스럽게 자신을 주장한다. “난 시다.” 그 선언에 할머니도지지 않고 신 레몬으로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한다. 날렵하게 설어 숭어구이에 올릴지, 달달한 레몬차를 만들까. 결국 할머니는 숭어구이를 먹고, 레몬차를 홀짝인다. 식재료로서의 레몬을 완벽하게 소비한 셈이다. 이쯤 되면 항복할 만한데, 레몬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래도 난 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의 마법이 시작된다. “난 시다.”라는 레몬의 끈질긴 외침에 결국 할머니가 연필을 꺼내 “신 레몬이 시가 될까?”로 마무리된다. 레몬의 “난 시다”라는 간절한 외침이 결국 할머니가 단순한 식재료인 신 레몬을 사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고, 할머니를 한 명의 시인으로 깨우는 순간이다.
숭어구이를 먹고 레몬차를 홀짝이다 가만히 연필을 쥐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랫동안 남는다. 시를 읽으며 모든 시를 쓰는 일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소재를 어떻게든 다른 층위로 바꾸고자 애쓰는 것,
세상에 존재하는 작고 투박하지만 간절한 외침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인이 해야 할 일이며, 시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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