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강화도 난정리 해바라기 축제에 갔었다. 약 1만 평 넓은 들판에 10만 송이 해바라기가 노란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는 소식을 듣고 갔지만, 전날 내린 폭우로 해바라기들이 일제히 고개를 푹 숙여 있던 해바라기들의 모습이 평소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 시 역시 생명을 다해가는 해바라기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샛노랗던 꽃은 시커멓게/ 타 버렸고// 솜털 까슬했던 잎은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졌어요”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히는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유용한 결실일지 모르지만, 식물의 입장에서는 처절한 죽음의 순간이다. 해바라기는 “지긋지긋한 해 따위/ 다시는 보고 싶고 싶지 않아!// 해 쪽으론 씨도 안 뱉는/ 해바라기로/ 다시 태어날 거야!”절규한다.
해바라기는 태어날 때부터 ‘해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숙명적 정체성을 갖는다. 이는 사회나 타인이 정해놓은 기대, 역할, 소명에 따라 헌신해야 하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해바라기에게 쏟아진 강렬한 햇살이 결국 자신을 다 태우는 고통이었듯, 우리 삶의 열정이나 헌신, 책무 등이 자기 삶을 파괴하는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한 발 더 나가 독자에게 독자에게 묻는다. “해바라기는/ 다시 태어났을까요// 해바라기로/ 다시 태어났을까요” 이 질문은 타인이 규정한 운명과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묵직하게 되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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