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위에 불을 켜는 정겨운 순간은 “언덕배기 빼곡한 집들 창문에 불 꺼진 지 오래다”라는 문장과 겹쳐지며, 축제의 온기와 삶의 터전인 철거 현장의 서늘한 적막을 대비시킨다. 이러한 감각적인 직관은 케이크의 ‘띠’와 철거현장의 ‘노란 장막’, 디저트를 먹는 ‘포크’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 먹고 남은 ‘케이크 조각’과 부서진 ‘시멘트 조각’으로 확장되며 정교하게 대치를 이룬다. 기쁘고 행복한 날 먹는 케이크와 철거 현장이 만드는 이 부조화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한때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깔끔하게 잘라내어 소비하는 ‘케이크’처럼 다루어지고 있다는 씁쓸하고 냉혹한 현실이 독자의 시선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언덕배기 빼곡한 집들에서도 창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 받으며 웃음꽃 피우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은 이야기들이 또 어디에 묻히는 걸까? 그 공간에 켜켜이 쌓여 있던 사람들의 서사와 추억, 그리고 쫓겨나듯 떠난 이들을 염려하는 시인의 시선이 깊게 묻어난다.
시인은 홀로 남은 전봇대, 볼록거울, 그리고 그 아래 케이크 잔해 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를 끝맺는다. 철거현장을 향한 분노나 슬픔을 쏟아내는 대신 감정을 절제한다. 그리하여 그 여운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속에 깊은 잔상을 남긴다. 얼마전 철거현장을 다룬 《꼬꼬무》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집은 재산이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 숨 쉬던 세상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