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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 화석/ 김준현

작성자엄정야|작성시간26.05.04|조회수60 목록 댓글 1

분필 화석

김준현

 

오늘은 내가 주번이다

칠판을 열심히 지워도 글씨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공룡의 시간이 뼈 화석에 남아 있는 것처럼

국어 시간 영어 시간 수학 시간

쉬는 시간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래의 고고학자 눈으로 유심히 보면 다 보여

 

떠드는 사람 염승현 이윤호 썼던 것도

스승의 날에 선생님 감사합니다 썼던 것도

혜지랑 소원이 백 일 된 날

혜지♡소원이 축하했던 것도

물론 없지만

 

분필로 꾹꾹 눌러 툭툭 새겼던 거 다 기억해

혜지 대신 내 이름 적었던 것도

소원이 바보 적었던 것도

이 칠판은 다 기억할까

백 번도 넘게 지웠던 자리

몇 년 동안 몇십 년 동안 

칠판은 얼마나 많은 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를 기억하고 있을까

 

《노릇노릇 딴 생각을 구웠어》(문학동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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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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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26.05.04 오~~~~ 분필 화석도 있었네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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