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
남지은
마음 끄트머리가 다 닳아 없어져
가슴 두 글자만이 헐렁하게 남아 있군요
달려가서 단추를 채워주고 싶습니다
유독 추운 날이라서
기침이 좀체 멎지 않는 듯해서
작두콩차를 끓여 조금씩 먹이고
당신을 가만 재우고
이 밤이 지나도록 바느질하고 싶습니다
어디에나 단추를 달 수 있습니다
즐겨 입는 검정 모직 코트와 셔츠
매일같이 드는 리넨 가방
다림질한 바지와 짝 잃은 장갑
어릴 적부터 간직한 헝겊 인형에도
기능과 장식을 위해서라면
갈기갈기 찢어진 당신의 그림자에도
단추를 달아 맞춤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잃어버린 게 무언지도 모르고
허물어지는 사람
손에 쥘 수 있을 만큼의 진심이면 된다고
무엇을 잃고 얻는 사람
얻고 놓는 사람
당신에게 바짝 다가가 여분의 단추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바란 적이 없는 선의
그래서 당신을 당혹스럽게도 하는 타인의 입김
그게 나의 이기인 줄 모르고
《문학과사회》2024년 겨울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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