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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 / 남지은

작성자케이크|작성시간26.06.07|조회수64 목록 댓글 1

재봉

남지은

 

 

마음 끄트머리가 다 닳아 없어져

가슴 두 글자만이 헐렁하게 남아 있군요

 

달려가서 단추를 채워주고 싶습니다

 

유독 추운 날이라서

기침이 좀체 멎지 않는 듯해서

작두콩차를 끓여 조금씩 먹이고

당신을 가만 재우고

 

이 밤이 지나도록 바느질하고 싶습니다

 

어디에나 단추를 달 수 있습니다

즐겨 입는 검정 모직 코트와 셔츠

매일같이 드는 리넨 가방

다림질한 바지와 짝 잃은 장갑

어릴 적부터 간직한 헝겊 인형에도

 

기능과 장식을 위해서라면

갈기갈기 찢어진 당신의 그림자에도

단추를 달아 맞춤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잃어버린 게 무언지도 모르고

허물어지는 사람

 

손에 쥘 수 있을 만큼의 진심이면 된다고

 

무엇을 잃고 얻는 사람

얻고 놓는 사람

 

당신에게 바짝 다가가 여분의 단추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바란 적이 없는 선의

그래서 당신을 당혹스럽게도 하는 타인의 입김

 

그게 나의 이기인 줄 모르고

 

 

《문학과사회》2024년 겨울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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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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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26.06.09 갈기갈기 찢어진 그림자에게도 단추를
    달아 준다면 그림자는 나에게서 달아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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