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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 이정화

작성자케이크|작성시간26.06.08|조회수84 목록 댓글 1

싸가지

이정화

 

 

  둘째는 이쁜이

  막내는 귀여웠지만

  나는 싸가지가 없어

 

  문이 큰 소리로 닫힐 때

  엄마는 나를 먼저 다그치고

  바람이 그랬다는 말을 믿어 주지 않아

 

  엄마는 우리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했어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잘 설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중

  닫히는 문을 빠르게 나올 수 있는 어른이 되어 가는 중

  

  매일 학교에 지각했어

  싸가지 없는 친구들과 학교 화장실에 낙서를 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버려진 캔을 골라 멀리 차 버리고

  웃음을 한꺼번에 비워 버렸어

 

  집으로 돌아오면 문을 살살 닫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지

 

  엄마는 무슨 바람이 불었냐 물었어

 

  동생들은 귀여운 그림을 그리며

  무럭무럭 커 가고 있는데

 

  엄마, 나 글을 써요

  

  칭찬을 들으면 딴짓하고

  욕을 들을 때 거울을 봤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편지를 구기고

 

  선생님 잘했다고 내 머리를 쓸지 말아요

  예의 바른 아이가 된다면 나는 펑

 

  터질 것 같아요

  터질 것 같아요

 

  엄마는 우리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했어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싸가지를 주세요

 

  나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커 가는 중

  상처를 모르는 사람으로 커 가는 중

 

  무럭무럭 자라 싸가지 없는 친구들과 어깨동무해야지

  못된 울타리에게 심하게 욕해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례한 쓰레기통에 삿대질하고

  우는 아이에게 다정해야지

 

  싸가지가 없대요

  나는 너무

 

 

《창비어린이》2026년 여름 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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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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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26.06.09 우는 아이에게 다정한 걸 보면
    싸가지 없는 아이는 아닌걸요.^^
    관념과 틀에 박힌 어른들의 시선이 싸가지를 만드나 봅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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